그러나 무조건 빚을 탕감하는 것은 아니고 상환능력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거친 뒤 실제 지원여부가 결정된다.
금융위원회는 29일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원금 1천만 원 이하인 생계형 소액 채무를 10년이상 갚지 못하고 있는 장기 소액 연체자가 약 159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채권기관별로 보면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에 대해 장기 소액 연체를 하고 있는 채무자가 83만 명이고, 민간 금융회사와 대부업체, 자산관리공사(캠코)나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금융 공공기관에 물려 있는 장기소액연체자가 76만 명으로 추정됐다.
행복기금이 관할하고 있는 연체자중 채무상환 약정도 맺지 못한 장기소액연체자 40.3만 명의 경우 평균 450만 원을 약 14.7년간 연체하고 있는 상황이며 약 30%인 12만 명이 기초생활수급자나 60세 이상 고령자로 사회 취약계층으로 나타났다.
또 행복기금 전체 채무자의 약 46%는 1인가구 기준 월소득이 66만 원으로 중위소득(최저생계비)의 40%이하며 대부분 신용등급 8~10등급의 저신용자로 조사됐다.
실제 사례를 보면 강 모씨(73세)는 사별한 남편이 11년 전 대부업체에서 빌린 600만 원이 빚으로 남아 있는데 국민행복기금이 최대 90%까지 원금을 감면해 60만 원만 갚으면 빚이 없어진다고 안내했으나 생계 급여 49만 원을 받아 생활하고 있어 상환을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원금 1천만 원 이하 채무를 10년 이상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행복기금 내·외부의 장기소액연체자(약 159만 명)에 대해 내년 2월부터 본인이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상환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적극적인 채무 정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심사 결과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고, 중위소득의 60% 이하"면 상환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겠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회수 가능 재산'을 판단할 때 압류금지 재산이나 차령 10년 이상‧장애인 자동차, 1톤 미만 영업용 차량 등 생계형 재산은 제외한다.
중위소득 60%는 1인 가구의 경우 월소득 99만 원이고 4인 가구 기준으로는 월 소득 268만 원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지원대상 장기소액연체자는 국민행복기금 내·외부의 4가지 유형으로 나눠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①상환약정을 맺지 못한 연체자(40.3만 명)
'미약정' 장기 소액 연체자는 채무자 본인 신청 없이 일괄적으로 재산과 소득 조회를 통해 심사한 뒤 상환능력이 없으면 즉시 채권 추심을 중단하고 최대 3년이내에 채권을 소각한다.
소각 시기를 최대 3년으로 잡은 것은 행복기금의 미약정 장기소액연체자의 채권 잔여 시효가 평균 3.3년(40개월)인데 따른 것으로 이 기간에 상환능력 복구여부를 지켜보고 최종 처리전에 재심사를 할 계획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②상환약정을 맺은 연체자(42.7만 명)
본인이 신청하면 면밀한 심사후 상환능력이 없으면 즉시 채무를 면제한다.
◇ 국민행복기금 외 장기 소액 연체자(76.2만 명 추정)
① 연체자(민간 금융권 63.5만 명, 금융 공공기관 12.7만 명 추정)
본인 신청시 면밀한 심사후 상환능력이 없으면 채권 매입후 즉시 추심을 중단하고 최대 3년 이내 채권을 소각한다.
정부는 이런 연체자 지원을 위해서 장기 소액 연체 채권을 금융회사들로부터 새로 사들인 뒤 소각하기 위한 별도의 기구를 내년 2월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기구는 민법상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일시적 매입채권 소각을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금융권의 출연금과 시민사회단체의 기부금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 기구는 상환능력이 없는 채무자의 채권만을 사들여 소각하기 때문에 채권 추심이나 회수 등을 통해 수익금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로 운영된다.
② 채무조정 후 상환중인 연체자(신용회복위원회 2천 명)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 워크아웃을 진행중인 사람으로 10년 이상 연체가 발생한 경우와 채무 조정 전 원금이 1천만 원 이하인 사람으로 5년 이상 또는 75%이상을 상환한 성실 상환자의 경우 신청을 하면 재심사를 거쳐 상환능력이 없으면 즉시 채무를 면제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대책 시행의 전 과정에 걸쳐 도덕적 해이 방지 장치를 촘촘히 마련했다"면서 "재산이나 소득을 숨기고 지원을 받을 경우에는 엄중한 불이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와 함께 장기 소액 연체자를 제외한 국민행복기금 잔여 채무자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채무조정과 다양한 재기지원 프로그램 연계를 통해 조속한 경제활동 복귀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추진해 온 연대보증 폐지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국민행복기금의 연대보증인 약 24만명은 간이심사 후 즉시 채무를 면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민행복기금과 관련해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금융회사에 초과 회수금을 지급하는 수익배분 구조도 개편해 앞으로 채권의 회수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금은 서민금융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최 위원장은 밝혔다.
금융위는 이밖에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추심하는 대부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반복적인 채권 재매각이나 불법·과잉추심으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할 방침이다.
또 금융회사의 소멸시효 연장 관행 개선을 유도하고 공공기관의 부실채권 관리도 채무자의 신속한 재기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적극 개선해 나가고 채무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채무조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종합 신용상담을 강화하는 한편 채무조정시의 혜택을 확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