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동부 타격가능 "다급하면 대화 나오라"
- 대북제재만 11개…다음 카드 사실상 없어
- 북미간 배짱싸움에 한계, 대화 요구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 다시 한 번 전해 드립니다. 오늘 새벽 3시 17분경이었고요. 평안남도 평성 일대에서 일본을 향해서 쏜 겁니다. 장거리 탄도미사일. 고도는 4500km, 비행거리 960km로 약 50분간 비행을 했다고 합니다. 비행하다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떨어진 거죠. ICBM급으로 추정이 되고 있고요. 75일 만의 도발입니다. 왜 지금, 무엇을 노리고 북한은 또 이 카드를 꺼내든 걸까요? 이분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연결이 돼 있습니다. 장관님, 안녕하세요.
◇ 김현정> 75일간 잠잠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기대했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대화 국면으로 가는 것 아닌가. 그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좀 유화적인 발언을 내놓기도 했고요. 그런데 왜 다시 미사일입니까?
◆ 정세현> 75일간 우리도 뭔가 잘되기를 기대를 했지만, 북한도 상당히 기대했던 것이 있습니다. 미국으로부터 대화하자는 사인이 나오기를 기다렸던 것 같아요. 실제로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도 지난 10월 23일날 뉴욕 CFR 회의에서 ‘북한이 60일 동안 핵실험・미사일 발사를 안 하면 뭔가 미북 간에 대화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
◇ 김현정> 그런 얘기도 했고 또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과 언젠가 대화하기를 바란다’ 이런 얘기도 했잖아요?
◆ 정세현> 맞아요. 그건 미국에서 그동안에 물밑접촉, 뉴욕접촉이 됐건 아니면 제3국의 접촉이 됐건 당신네가 60일 정도만 조용히 있어주면 우리가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 아니냐 하는 식으로 희망을 줬을 거예요. 그 연장선상에서 조셉 윤이나 트럼프가 얘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60일 지나도 아무 사인도 없지 특히 75일 정해 놓고 한 건 아니지만 최근에 있었던 테러지원국 재지정. 그게 결정적으로 북한을 자극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테러지원국 재지정. ‘미국이 우리랑 정말 대화할 생각이 없구나’ 이렇게 생각한 거라고 보시는 거예요?
◆ 정세현> 그러니까 이번에 60일 동안 기다렸지만 미국에서 사인이 안 나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난 17일부터. 그러니까 11월 17일부터 21일까지 중국 특사가, 시진핑의 특사가 평양 갔다가 김정은 못 만나고 돌아오지 않았어요?
◇ 김현정> 김정은이 쑹타오 특사를 안 만나주고 시찰하러 나갔어요.
◆ 정세현> 그렇죠.
◇ 김현정> 외면해버렸습니다.
◆ 정세현> 그러니까 안 만난 게 ‘미국에서 사인이 와야지, 중국에서 특사 와가지고 미국과 대화해봐라 하는 얘기 같은 건 난 듣지 않겠다. 미국이 직접 얘기하라’ 이런 얘기였었어요, 쑹타오를 돌려보낸 건. 그런데 21일 바로 그날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하고 나서니까 ‘그래? 그렇다면 한번 그러면 갈 때까지 가보자.’ 그 배짱으로 지금 북한이 미국이 어떤 측면에서는 방심하고 있는 시간. 이 시간을 그 기간을 택해서 미국의 동부를 충분히 때리고도 남을 사거리가.
◇ 김현정> 확보가 되는 거죠, 이 정도 고각이면.
◆ 정세현>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중국이 가서 중간에 다리를 놔줄 수도 있는 건데. 왜 중국 특사가 내민 손은 거절하고 미국이 직접 손 내밀어라 왜 이렇게 주문합니까, 북한은?
◆ 정세현> 지금 중국이 하는 얘기는 ‘일단 북한이 미사일이나 핵실험 이걸 중단한다는 사인을 보내면 미국을 달래가지고 중국이 설득을 해서 회담을 시작해 볼 수 있다’ 하는 그런 얘기를 했을 거예요. 친서에다가 그렇게 썼을 거란 말입니다.
◇ 김현정> 그렇죠.
◆ 정세현> 그런데 북한은 그게 아니라 북한이 할 일보다는 미국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먼저 보장하라는 그런 취지죠. 그러니까 한미연합훈련은 내년 거 중단하겠다는 얘기를 미국이 한다면 그 사인을 준다면 회담에 나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는 걸 먼저 약속을 하고 회담을 시작하지 않으면 그런 식으로 안 하겠다는 거예요.
◇ 김현정> 약간의 배짱싸움이네요, 그러니까. ‘당신들 카드 먼저 내놔라. 그러면 우리도 받겠다’, 누가 먼저 양보하고 들어가느냐 이런 기싸움 같은 것?
◆ 정세현> 그렇죠. 그런데 북한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미국이 해주겠다는 것을 대충 믿고 회담에 나가봤지만 성과가 없었다는 판단을 할 거예요. ‘확실하게 미국이 보장을 하기 전에는 우리는 안 나간다. 서로 지금 비핵화 보장하라. 평화협정 보장하라’ 기싸움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시작을 그렇게 하고, 끝판에는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교환하자는 거지만.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실험 중단하고 미사일 중단한다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누가 먼저...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싸움입니다.
◇ 김현정> 형님 먼저, 아우 먼저. 누가 먼저 양보하고 손들고 나오느냐. 이 기싸움 와중에 ?
◆ 정세현> 이번에 이렇게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사거리가 나오는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다급하면 미국이 나와라 하는 얘기예요, 다급하면.
◇ 김현정> ‘우리 본토도 쏠 수 있다. 그러니까 다급하면 먼저 손 들고 나와라’ 이런 것이군요?
◆ 정세현> ‘다급하면 먼저 손 들고 나와라. 북한 사람들이 생각할 때는 미국이 우리 보고 압박과 제재를 통해서 손 나오게 만들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굴복하지 않는다. 다급하면 너희들이 나와라.’
◇ 김현정> 다급하면 너희가 나와라? 지금 북한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는 이제 알겠습니다. 이 사인이 무슨 사인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러다가 ‘아, 그래? 나를 시험해 보겠다는 얘기야’ 하면서 타격 버튼을 누를, 최악의 상황으로 갈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 정세현> 그럴 가능성은 없고요. 트럽프가 바로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발언까지 했던데요.
◇ 김현정> ‘우리가 해결하겠다’ 이런 발언을 오늘 바로 내놓았습니다.
◆ 정세현> 해결하겠다고 했죠. ‘지금 경제제재를 더욱 강화하면 결국 손들고 나오지 않겠는가’ 그런 취지로 한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안보리 곧 소집할 거예요. 그래서 대북제재결의안을 아주 강한 걸로 밀어붙이겠지만 이렇게 되면 중국도 아마 거기에 동조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안보리 대북제재결의가 11개가 돌아가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 정세현> 11개가 작동이 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굽히지 않는데 12개째 나온다고 해서 바뀌겠습니까?
◇ 김현정> 그러니까 할 게 더 있기는 있습니까? 저는 더 제재라는 게 가할 카드가 남아 있기는 남아 있습니까?
◆ 정세현> 없어요. 없어요.
◇ 김현정> 뭐가 더 갈 수가 있는 건가요? 12번째 카드가 없는 겁니까?
◆ 정세현> 세컨더리 보이콧을 조금 더 강화한다든지 하는 정도 밖에 없는데. 북한의 경제가 대외의존도가 낮아요. 우리하고 다릅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은 오랫동안 한 60년 이상을 자급자족 경제체제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제재가 계속될 경우에 살아남는 노하우가 있습니다. 버텨요. 그리고 북한 사람들은 이미 95년부터 98년까지 고난의 행군을 겪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제재를 별로 두려워하지 않을 겁니다. 푸틴 대통령이 그러지 않았어요? ‘그 사람들 95년, 98년 고난의 행군 시절을 보니까 풀뿌리를 캐먹으면서 버티더라. 그런데 경제제재로 북한을 굴복시키겠다고? 가망 없다’ 이런 얘기를 지난 9월 달에 하지 않았습니까.
◆ 정세현> 그런데 결국 중국이 해 줘야 되는데 그건 안 할 겁니다.
◇ 김현정> 그건 안 할 거라고 보세요?
◆ 정세현> 왜냐하면 중국이 그런 마지막 수단을 쓰는 경우에 북한이 어떤 중국을 상대로 해서 벌일 수 있는 도발이라고 할까. 중국을 상대로 해서 벌일 수 있는 여러 가지 위험한 행동을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까지 해서 동북3성 경제 내지는 동북3성의 치안을 망치는 이런 일을 중국이 할 가능성은 저는 낮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이제 이 도발이 어떤 배경에서 나오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을 지금 해 주셨고. 내일 안보리 긴급회의 열린다 한들 쓸 수 있는 카드가 그렇게 남아 있지 않다. 중국이 원유 중단 완전 공급까지 동의하지 않는 한은 그리 강력한 카드가 또 없을 거라는 말씀을 해 주시는 걸 지금 듣다 보니까 좀 막막해집니다.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하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뭔가. 오늘 아침에 문재인 대통령이 NSC회의를 주재했어요. 결론이 뭐였냐면 ‘우리 좌시하지 않겠다.’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나왔습니다마는 정말로 할 수 있는 카드라는 게 뭘지 생각해 보자면 좀 아리송합니다.
◆ 정세현> 이번에 3시 17분에 미사일 발사했다는 걸 감지하고 23분에 훈련했다고 그러지 않았어요? 정부에서 타격훈련을?
◇ 김현정> 6분 만에.
◆ 정세현> 6분 만에 정밀타격을 7분 동안 했다고 그러는데. 우리 미사일은 사거리 300km짜리를 쏜 겁니다. 저쪽은 1만 킬로미터 짜리를 가지고 미국을 상대로 위협을 하는데 우리는 300km짜리가. 300km짜리 쏜 것은 평양을 때리겠다는 얘기예요. 여기서 평양은 충분히 때립니다. 서울-평양이 200km밖에 안 되니까 300km, 400km짜리 쏘면 원점을 때릴 수 있는데. 문제는 그것 가지고 바로 북한을 때릴 수가 없고 허공에다 대고 지금 훈련한 거죠.
◇ 김현정> 그러면 정 장관님. 지금 이 상황. 우리는 계속 불안한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 우리 한반도 땅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건데요. 일본과 미국과는 또 체감하는 불안감의 차이가 다릅니다. 어떻게 풀어가야 된다고 보세요?
◆ 정세현> 결국은 이게 미국이 대화 쪽으로 가야 됩니다. 그래야 풀리는 문제입니다. 우리가 미국에다가 ‘지금 계속 이런 식으로 가면, 경제제재를 하고 그러면 북한은 더 도발할 텐데. 이렇게 되면 우리 국민들은 못 산다. 그러니까 동맹국인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생각해서라도 미국이 북한한테 대화 사인을 좀 보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성사 가능성과는 무관하게 우리는 도리로서 얘기를 계속해야 됩니다. 그러니까 문 대통령이 좌시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좋아요. 그러나 물밑으로 미국과 그런 대화를 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미사일 도발의 배경 분석해 봤습니다. 장관님, 고맙습니다.
◆ 정세현> 네.
◇ 김현정>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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