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울산은 29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2017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을 치른다. 처한 상황은 달라도 승리를 향한 갈증은 같은 양 팀이다.
FA컵 우승 트로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려있다. 상주 상무에 가로막혀 목표로 삼은 승격이 물거품이 된 부산은 FA컵 우승으로 승격의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클래식을 4위로 마치며 3위까지 주어지는 ACL 출전권 확보에 실패한 울산 역시 ACL 출전에 사활을 걸었다.
FA컵은 단판 승부가 아닌 1, 2차전을 치른 뒤 우승팀을 결정한다. 단기전 싸움이기 때문에 기선제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부산은 간절함을, 울산은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를 무기로 결승 1차전에 임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부산 이승엽 감독대행은 "이제 마지막 두 경기가 남았다. 목표로 삼은 승격은 물거품이 됐지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故 조진호 감독님이 자꾸 생각난다. 좋은 경기를 선물해주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필승을 다짐했다.
울산 김도훈 감독은 "부산이 승격에 실패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클래식 팀들과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보였기 때문에 방심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스플릿에서 좋지 못했지만 강원FC전을 통해 팀 분위기가 바뀌었다. 우리가 해왔던 경기 내용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은 이정협이 아닌 최승인이 최전방 공격수에 배치된다.
이 감독대행은 "이정협이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 미세한 타박상도 당했다"며 "FA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최승인이 스트라이커로 출격한다"고 밝혔다.
최승인은 FA컵 32강과 8강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부산의 결승 진출에 힘을 보탰다. 특히 최승인은 포항 스틸러스와 치른 32강전에서 교체로 출전해 연장 전반 정확한 헤딩으로 결승골을 뽑아내 팀 16강 진출의 주인공이 됐다. 이 감독대행은 이런 모습이 결승전에서 다시 나타나길 기대하는 눈치였다.
FA컵 득점왕까지 바라볼 수 있는 최승인이다. FA컵 득점왕은 K리그 클래식팀이 참가하는 4라운드(32강)부터 골을 계산해 4골 이상 득점한 선수가 없으면 득점왕 시상을 하지 않는다. 산토스(수원), 조주영(광주)이 3골로 공동 1위에 올랐지만 4골을 넘지 못하고 소속팀이 탈락해 득점왕은 물 건너갔다. 최승인은 결승전 상대인 울산 김인성과 함께 나란히 2골씩 기록 중이다. 결승 1, 2차전을 치르는 동안 2골을 넣으면 득점왕에 오를 수 있다.
故 조진호 감독을 위해 뜻깊은 선물을 준비하는 부산. 최승인의 발끝이 과연 부산의 꿈을 이뤄줄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