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대교 점거, 촛불집회가 만든 평화기조에 첫 '불법시위' 오점

28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집회가 도심 집회로는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경찰과 충돌 양상으로 번졌다. 참가자들이 마포대교 입구를 점거해 1시간여 극심한 차량 정체도 빚어졌다.

건설노조는 이날 국회에서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이 논의조차 되지 않은 데 불만을 품고 국회 방향으로 진출을 시도했다. 폴리스라인을 넘어선 이들은 경찰이 설치한 질서유지선을 걷어차며 심한 몸싸움도 벌였다.

국회 방향으로 이동이 경찰에 차단당하자 참가자들은 청와대로 찾아가겠다며 강북으로 이동하는 길목인 마포대교 방면으로 이동했다. 경찰이 마포대교 남단에서 가로막자 이들이 연좌농성을 시작해 1시간 남짓 대교 양방향이 모두 통제됐다.

경찰은 작년 10월 촛불집회 당시부터 집회·시위에 유연 대응 기조를 유지해 별다른 문제 없이 4개월여간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는 환경을 제공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이같은 기조가 한층 굳어져 진압인력을 집회 현장에 노출하지 않고, 교통관리 중심으로 필요 최소한의 인력만 투입하는 식으로 집회·시위에 대응했다. 집회 주최 측도 대개 이런 분위기에 발을 맞췄다.

이날 건설노조 집회는 작년 촛불집회부터 이어진 도심 평화·준법집회 이력에 첫 오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애초 신고된 행진 경로는 KBS 앞을 거쳐 여의2교 북단 인근까지였지만, 참가자들은 예정에 없는 국회 방면 진출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이동이 여의치 않자 이들은 방향을 반대로 틀어 여의도공원을 지난 뒤 여의대로를 따라 마포대교 방면으로 향하며 미신고 행진을 이어갔다. 마포대교 남단에서 재차 차단당한 뒤에는 도로를 점거하고 오후 5시10분께부터 6시15분께까지 1시간여 동안 연좌농성을 벌였다.

마포와 여의도를 잇는 주요 길목인 마포대교가 입구부터 틀어막힌 탓에 이 구간을 지나려는 차량들이 도로에 갇혀 평일 퇴근길 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경찰 대응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시위대가 여의대로로 진입하기 전 국회 주변에서 차단에 성공했다면 정체가 한결 덜했을 수 있으나 신속한 경력 배치가 이뤄지지 않아 이같은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추산 1만2천명이라는 많은 인원이 집결했고, 처음에는 국회 쪽 진출을 시도하려 해 이를 차단하니 갑자기 뒤로 돌아서 이동했다"며 "대오가 길어 반대쪽에서 경력이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이날 불법 행진과 농성을 주도한 이들은 수사를 거쳐 확실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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