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종교인이 받는 사례비(월급)에만 과세"

종교인 과세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

기획재정부가 과세 대상에서 종교인 활동비를 제외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재부 최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종교인이 종교 단체에서 받는 생활비나 사례비 등 소위 월급에만 과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례비(월급)에만 과세"

기획재정부 김동연 장관(왼쪽)이 지난 9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엄기호 대표회장을 만나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예를 들어 A교회 B 목사가 사례비(월급)를 200만 원 받고, 목회 활동비로 300만 원을 교회로부터 받았다면, 월급 200만 원에만 세금을 매기겠다는 얘기다.

논란이 돼 왔던 고유의 종교 활동비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종교 활동비란 개신교의 목회 활동비, 불교의 수행 지원비, 천주교의 성무 활동비에 해당한다.

기재부는 이같은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중순까지 입법 예고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당초 종교 활동비 중 일부를 과세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었으나, 보수 개신교계의 강력한 반발로 제외했다.

보수 개신교계가 가장 반발해 온 세무조사도 역시 종교인 소득에만 한정했다. 교회가 종교 활동비와 목회자에게 준 사례비 등을 따로 따로 장부에 기입하면, 종교 활동비 내역을 적은 장부는 세무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또 교회에 대한 탈세 제보가 들어오면 수정 신고를 통한 자기 시정을 유도할 계획이어서 종교인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게 됐다. 또 불성실하게 납부할 때 내는 가산세를 2년 동안 면제해주고, 근로장려금을 적용하는 방안도 반영할 뜻을 밝혔다.

반쪽짜리 과세라는 지적도 있어

기획재정부 김동연 장관(왼쪽)은 한국교회연합 정서영 대표회장도 만나, 종교인 과세와 관련한 협조를 당부했다.
정부가 50년 만에 종교인 과세를 야심차게 시행할 계획인데, 반쪽짜리 과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보수 개신교계의 반발을 우려해 종교인 과세를 대폭 양보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보수 개신교계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교회 종교인 과세 TF 관계자는 "정부가 종교인들의 입장을 많이 이해해준 과세안"이라면서도 "여전히 기본 입장은 유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면 과연 종교인들은 세금을 얼마나 낼까. 종교인이 기타소득으로 신고할 경우 비슷한 소득의 직장인에 비해 절반 수준의 세금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발표한 종교인 소득 과세제도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기타 소득으로 신고한 4인 가구로 기준했을 때 연소득 5,000만원의 종교인이 내는 원천징수액은 월 50,730원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수준의 직장인보다 세금 절반

진보적인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종교인 과세 시행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기획재정부 김동연 장관(오른쪽)과 교회협 김영주 전 총무가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5,000만원을 벌더라도 일반 직장인이 근로소득으로 신고를 할 경우에 원천징수액은 99,560원으로 종교인의 약 2배에 달한다.

또 연소득 4,000만원의 종교인이 기타 소득으로 신고할 경우,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1,220원의 원천징수액을 납부하게 되지만, 연소득 2,000만원을 받는 4인 가구의 종교인은 원천징수액이 발생하지 않는다.

종교인이 기타소득으로 세금을 신고할 경우 이같은 세액 차이가 발생하지만, 근로소득으로 신고할 경우에는 종교인도 일반 근로자처럼 같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때문에 근로소득보다는 기타소득으로 세금을 신고할 경우 세금 부담이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종교인은 일반 직장인과 달리 기타소득과 근로소득 중 하나를 선택해 세금을 신고할 수 있다.

기재부가 종교인 과세 시행 첫해 종교인들의 편의를 위해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논란이 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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