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학생에게 '현장실습 업체 구해오라'

제주시 특성화고 실습업체 학생에게 떠넘겨…교육청은 "학교 자율이다"

(사진=자료사진)
제주에서 현장실습 사망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이번엔 학교가 학생에게 현장실습 업체를 구해오라고 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당국이 현장실습에 대한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고3 딸이 가져온 '현장실습 신청서'

제주시내 Y특성화고등학교에 고3 딸을 두고 있는 학부모 A 씨는 지난 9월 딸이 가져온 현장실습 신청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직접 업체를 구해 도장을 받아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딸을 혼자 보낼 수 없었던 A 씨는 본인이 직접 나서 지인들을 통해 학습지 업체와 현수막 제작 업체에 아이를 받아 달라고 사정했다.

결국 회계금융과인 A 씨의 딸은 전공과는 전혀 다른 학습지 업체에서 실습을 해야 했다.

해당 학교 현장 실습은 학교 교육과정상의 현장실습으로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Y고등학교는 1학기와 2학기 각각 3일씩 현장실습을 받는 것으로 교과를 운영 중이다. 제주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파견형 현장실습과는 성격이 다르다.

학부모 A 씨는 "지인이 있어 겨우 부탁은 했는데, 조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나, 할머니 혼자 키우는 가정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여자 아이들이 직접 업체에 도장 받으러 갔다 행여 잘못된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덧붙였다.

A씨는 부모들의 직업과 생활에 따라 업체의 질도 달라질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 학교 당국은 정작 '효과 좋다'

CBS 노컷뉴스 취재결과 해당 학교는 작년에도 학생들에게 직접 업체를 구해오라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Y고등학교 현장실습 관계자는 "학생에게 업체를 직접 선택하게 하는 건 학교 교육계획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으며, 학생들이 직접 가서 받아오는 게 현장실습 하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확인한 Y학교의 2017 교육계획서에 '학생들이 업체를 선택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교육계획서에는 오히려 '취업멘토링과 현장실습 연계', '산업체 및 유관기관 현장실습' 등 학교 당국을 통한 현장실습 연계 내용이 적혀 있었다.

Y고등학교가 제시한 2017 학교 교육계획서. (사진=학교 교육계획서 캡쳐)
학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학교 자율적으로 현장실습을 운영하고 있다"며 "부모가 사업하는 경우에는 가족 기업을 체험해 볼 수 있고, 친한 친구끼리 그룹을 지어 현장실습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3학년 학생 259명 가운데 200여 명이 현장실습 업체를 구했고, 구하지 못한 학생은 학교와 연결된 업체에 보냈다"고 전했다.

학교 운영 편의를 위해 학생 자율성을 빌미로 삼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경엽 전교조 기획관리실장은 "진로체험에 대한 적극적인 안내 없이 학생들에게 전적으로 선택권을 줬다면 무책임한 사안"이라며 "체험하러 갔는데 아이들이 다쳤을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A 씨는 "일선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도교육청 미래인재교육과 관계자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직접 산업체를 탐방하는 부분을 교육적으로 지도해야 하는데, 그런 게 부족해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며 "학부모와 학생들 불만 사안 등을 해당 학교 쪽에 지도했다"고 설명했다.

또 "학교 교육 과정상의 현장실습 같은 경우는 학교마다 진행하는 방식이 다르다"며 "학교 내에서 기업체 임원 등 외부 강사를 초청해 강의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방법도 있고, 학급 단위로 체험 형태로 다녀오는 방법 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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