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한 때 세계 최강의 축구 강국이었고 여전히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가졌다. 스페인에서 날아온 토니 그란데 수석코치와 하비에르 미냐노 체력코치는 그런 스페인에서도 축구대표팀의 핵심 역할을 했던 지도자다.
그란데 수석코치는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과 함께 프로와 대표팀에서 활약했다. 미냐노 체력코치 역시 스페인 대표팀에서 ‘무적함대’의 지치지 않는 체력을 준비했던 지도자다. 이들의 합류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4년 전 아픔을 씻으려는 한국 축구대표팀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일단 둘의 합류로 대표팀은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두 코치가 본격적인 업무에 나서지 않았던 11월 평가전과 달리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리는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은 ‘실전’이다. 그리고 두 코치의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첫 시험대다. 실전에서 선수들의 능력이 극대화되는 것이 필요한 만큼 그란데 수석코치와 미냐노 체력코치에 거는 기대는 크다.
두 코치는 가로 약 30m, 세로 약 20m의 공간에 8명씩 조를 이뤄 두 팀을 세웠다. 양쪽 측면에 각 팀 한 명씩 서고 사이 공간에 6명씩 총 12명이 치열하게 패스를 주고받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미니게임이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는 그 공간 안에서도 공격지역과 수비지역을 나눠 엄격하게 1번의 터치와 2번의 터치를 구분했다는 점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선수들에게 특정 지점 아래에서는 수비를, 위에서는 공격을 주문했다”면서 “수비를 할 때는 안정적으로 공을 전달할 수 있도록 2번의 터치도 허용하지만 공격 때는 순간적으로 공을 주고받는 움직임을 위해 1번의 터치로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라는 주문이다. 공격 시에는 실수도 크게 개의치 말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평소 훈련 시에는 크게 목소리를 내지 않는 두 코치지만 약 20분가량 진행된 이 훈련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새로운 훈련법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선수들이 실수를 반복할 때마다 두 코치는 의욕적으로 지도에 나섰다. 덕분에 텅 빈 울산종합운동장에는 훈련하는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가 가득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첫 훈련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