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IT 옥죄는 구글은 나몰라라?…거꾸로 가는 국회

국회 '뉴노멀법' 추진에 韓 인터넷 사업자 역차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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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몰래 위치 정보를 수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칼을 빼 들었다. 그러나 구글의 위법 행위가 확인되더라도 사실상 국내법 적용에 실효성이 적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가 추진 중인 '뉴노멀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인터넷 포털 검색 사업자를 통신과 같은 기간산업처럼 규제하는 게 골자인데, 글로벌 거대 공룡은 방치한 채, 국내 IT 기업만 옥죄면서 국회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가 허가를 받아 소수 사업자만 영위하는 방송·통신과 달리 국내외 크고 작은 기업들이 무한 경쟁을 벌이는 인터넷 산업을 기간 산업과 똑같이 규제하려는 것은 기업 경쟁력을 해치고 역차별만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치 정보 무단 수집 '구글' 방통위 칼 뺐지만…국내法 적용 '한계' 솜방망이 처벌


최근 미국의 온라인 매체 쿼츠는 "구글이 올해 초부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위치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왔다"고 보도했다. 위치 서비스를 끄더라도, 설정 초기화로 위치서비스를 차단하더라도 정보는 본사에 수집된 것으로 드러났다.

위치 정보는 중요한 개인정보로, 무단 수집은 당연히 불법이다. 지난해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73%에 이른다. 삼성과 LG전자 제품 모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다. 국내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자 10명 중 8명이 쓰고 있다.

구글은 위치 정보 수집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메시지 서비스 기능 개선을 위한 테스트"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구글이 무단으로 수집한 개인 정보를 이용해 사용자 맞춤 광고를 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방통위는 구글에 대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구글의 행위가 법을 위반했는지 확인되면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전 사례에 비춰볼 때 구글을 처벌하더라도 솜방망이 수준에 그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위치정보법은 '개인 위치 정보 주체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거나 동의의 범위를 넘어 개인 위치 정보를 수집·이용 또는 제공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한다.

구글의 엄청난 수익과 비교해 벌금 5000만원 은 푼돈이다.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며 국내 IT 업계가 체념하는 이유다. 10명 중 8명이 안드로이드를 쓰고 있어 영업정지 같은 처분도 비현실적이다.

구글의 불법 정보 수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구글은 지난 2010년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위해 자동차로 세계 각국의 거리를 촬영하며 사용자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논란이 됐다.

당시 국내 수사 기관은 구글 수사에 착수했지만, 구글코리아가 자료 제공 등에 협조하지도 않고 글로벌 기업에 대한 국내 법 집행력도 약해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검찰이 구글 본사 직원을 소환했으나 구글은 소환 통지에 응하지 않았고, 2012년 2월 기소 중지로 사건은 종결됐다.

지난 2014년 7월 국내 시민 단체가 구글이 개인 정보를 제 3자에게 제공했는지에 대해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글은 "구글 서비스 등 관련 모든 소송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연방 또는 주 법원이 전속적인 관할을 가진다"며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은 있지만, 해외 사업자에는 적용되지 않는 역차별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정작 국내 사용자 정보를 글로벌 기업에 빼앗겨도 보호조차 쉽지 않은 셈이다.

◇ "통신과 인터넷은 달라, 동일 규제 위험"…IT 기업 경쟁력 해치고 역차별 심화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글로벌 포식자 구글은 내버려 둔 채, 오히려 국내 인터넷 기업만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의 중심에는 '뉴노멀 법(new-normal)'이 있다. 이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것으로 국내외 플랫폼 사업자도 통신과 같은 기간산업처럼 규제하자는 내용이 그 골자다. 대기업으로 성장한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포털도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해 시장의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자는 목적이다.

해당 법안에는 일정 기준 이상의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서는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 의무를 부과해 압도적인 여론 영향력을 보유한 포털에 사회적 기여 의무 강화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에 국내법 적용을 명문화해 국내외 기업 간 규제 역차별 해소를 꾀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같은 내용의 ICT 뉴노멀 법을 상정해 법안 소위원회에서 심사하기로 지난 20일 합의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뉴노멀법'에 해당하는 개정안들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역차별을 개선할 장치가 없어 국내 사업자들에게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해당 규제를 글로벌 기업에게 적용하지 못할 경우 역차별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미디어경영학회 가을 정기학술대회에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곽동균 연구위원은 "정책을 만들 때 이 법이 모든 플레이어에게 적용할 수 있는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면서 "검색 중립성과 플랫폼 중립성은 국경이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형평성을 담보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마땅한 답이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도 국내 업체들만 규제받고 힘이 막강한 글로벌 업체는 마음대로 뛰어들게 하는 규제는 만들어선 안 된다"면서 "공평한 집행성에 대한 담보가 없는 상태에서 규제부터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 정책전문대학원 김현경 교수는 "플랫폼 사업자는 엄격한 기업 규제가 정당화되는 기간통신사업자가 아닌, 누구나 사업을 할 수 있는 부가통신사업자"라면서 "부가통신사업 영역에서 일반 경쟁법을 넘어선 추가적 규제를 만드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민호 교수는 "전기, 통신 같은 공공서비스는 국가가 먼저 제공하다가 민간 사업자에게 주면서 배타적인 독점권인 '특허'를 주고 공익에 맞게 엄격하게 규제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의 경우가 유선이든 무선이든 국가가 특허를 주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국가가 네이버나 카카오에 특혜를 준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공공서비스를 하고 있는 가, 국가가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인가"라며 "스스로 성장한 기업에 특허 기업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뉴노멀이 아닌 구 제도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실 측도 "이용자 보호 측면에선 포털에도 어느 정도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지만 뉴노멀법은 국내 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 역차별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공감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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