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본즈' 박병호, 고척에서도 홈런왕일까

'목동 본즈의 위엄, 고척에서도?' 박병호는 넥센의 홈 구장이었던 목동에서 숱한 홈런포를 뽑아내며 4년 연속 홈런왕으로 군림했지만 내년 바뀐 홈 구장 고척돔에서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자료사진=넥센)
'홈런킹' 박병호(31)가 돌아온다. 메이저리그(MLB) 미네소타와 남은 2년 계약 기간을 포기하고 국내 무대로 복귀한다. 친정팀 넥센에서 내년 KBO 리그에서 뛸 예정이다.

넥센은 27일 "미네소타와 잔여 계약 해지가 최종 합의됨에 따라 복귀하게 된 박병호와 연봉 15억 원에 2018시즌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5시즌 뒤 미네소타와 4년 1200만 달러, 2020년 옵션까지 5년 최대 1800만 달러(약 208억 원)에 계약한 박병호는 3년 만에 KBO 리그로 돌아오게 됐다.

씁쓸한 복귀이긴 하다. 박병호는 지난해 MLB에서 초반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이후 낮은 타율로 마이너리그로 강등된 뒤 부상까지 겹쳤다. 빅리그 데뷔 시즌을 62경기 타율 1할9푼1리(215타수 41안타) 12홈런 24타점으로 마무리했다. 올해는 한번도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결국 MLB에서의 성공을 포기하고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

박병호는 KBO 리그 최고의 거포였다. MLB로 가기 전까지 4년 연속 홈런-타점왕을 달성했다. KBO 리그 최초다. 특히 2014, 2015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때려냈다. 이 역시 KBO 최초의 기록이다. 2015년 146타점도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물론 146타점은 144경기 체제의 기록으로 앞선 이승엽(은퇴)의 2003년 133경기 체제 144타점보다는 경기당 기록에서는 떨어진다.)

그런 박병호의 가세는 넥센에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2013~2015년까지 팀 홈런 1위였던 넥센은 박병호의 미국 진출 뒤 지난해 7위, 올해 8위에 머물렀다. 올해 141홈런을 때린 넥센에 2014, 2015년 50홈런 이상을 때린 박병호가 있었다면 팀 홈런 2위다.

'타킷 필드도 문제는 없었다' 박병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초반 미네소타의 홈 구장인 타깃 필드에서도 가공할 홈런을 날리며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부진과 부상에 빠졌다.(사진=노컷뉴스DB)
하지만 박병호가 과연 복귀한 다음에도 '홈런왕 0순위'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2년은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해도 좋은 시간이다. 물론 박병호의 파워만큼은 죽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심리적인 변화는 있을 수 있다. 여기에 넥센의 홈 구장이 바뀌었다는 변수도 있다.


미국 생활 2년 동안 박병호는 크게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KBO 리그 홈런왕이라는 찬사 속에 MLB 무대를 밟았지만 한계를 느꼈다. 상대의 집요한 약점 공략과 차원이 다른 속구의 높은 벽을 절감해야 했다. 좌절했던 홈런킹이 친정팀에서 부활할지가 일단 변수다.

여기에 넥센의 홈 구장은 앞서 박병호가 쓰던 목동이 아니다. 고척스카이돔이다. 사실 목동은 홈런의 메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홈 플레이트에서 중앙 펜스까지 118m, 좌우 98m인 목동은 외야로 바람까지 자주 불어 타구가 뻗었다. 외야 관중석이 없는 목동은 시야도 트여 상대적으로 담장까지 가까워 보이는 효과도 있었다는 게 선수들의 중론이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2014년 목동의 경기당 홈런은 3.06개로 10개 구단의 주 홈구장 중 단연 1위였다. 2015년에도 2.78개로 사직(2.92개) 다음이었다. '목동 탁구장'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있었다. 박병호도 52홈런을 때린 2014시즌 홈에서 35개, 원정에서 17개로 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하지만 고척돔은 더 넓고 담장까지가 멀리 느껴진다. 중앙 담장까지가 122m, 좌우까지는 99m다. 특히 담장 높이가 3.8m로 2.28m의 목동보다 높다. 다른 구장과 달리 바람의 영향은 없지만 심리적으로 부담이 있다는 게 선수들의 얘기다.

지난해 고척돔의 평균 홈런은 1.88개로 10개 구단의 주 홈경기장 중 잠실(1.49개) 다음으로 적었다. 올해도 1.67개로 잠실(1.41개)보다 살짝 적었다. 3.01개가 터진 SK의 홈 구장인 문학의 절반 수준이다. 이는 박병호에게도 분명히 영향을 미칠 만한 요인이다.

넥센이 지난해부터 홈 구장으로 쓰고 있는 고척스카이돔 전경.(자료사진=노컷뉴스DB)
하지만 고척돔을 쓰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수 있다는 의미있는 기록들이 보인다. 정확한 비교는 어려우나 2015년 이후에도 넥센에 남은 박병호 동료들의 홈런 추이다. 목동에서 고척으로 홈 구장을 옮긴 이들의 기록은 어땠을까.

지난해와 올해 넥센 구단 홈런 1위는 김하성이었다. 2016년 144경기 20개, 올해 141경기 23개를 날렸다. 그런 김하성은 목동에서 뛴 2015년 140경기에서 19홈런을 기록했다. 수치상 큰 변화가 없다. 3년 동안 장타율도 4할8푼9리-4할7푼7리-5할1푼3리였다. 홈의 변화가 살짝 영향은 미쳤지만 잘 적응했다는 뜻이다.

넥센 국내 선수 홈런 2위인 김민성도 비슷하다. 2015년 118경기 16홈런을 때린 김민성은 지난해 141경기 17홈런, 올해 133경기 15홈런을 날렸다. 확실히 경기 수에 비해 홈런이 줄긴 했다. 그러나 김민성은 2015년 장타율이 4할6푼5리였지만 지난해는 5할2리로 높아졌다. 포수 박동원은 2015년, 2016년 똑같이 127경기 14홈런이었다. 올해 103경기 11홈런, 구장에 관계 없이 넘길 사람은 넘긴다는 뜻이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해인 2015년 박병호도 홈런 편식이 크게 줄었다. 목동에서 28홈런이었고, 나머지 원정에서 25홈런이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홈에서 강한 점을 감안하면 구장을 가리지 않고 균등하게 장타를 터뜨린 셈이다. 목동이 아닌 고척이라도 파워가 줄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박병호가 미국에 가 있는 동안 홈런왕의 영예는 최정(SK)의 차지였다. 지난해 40홈런에 이어 올해 46개의 아치를 그렸다. 특히 지난해 141경기를 뛰었지만 올해는 130경기였다. 새 홈런 공장장으로 불리는 문학이 홈인 최정은 분명 유리한 부분이 있다. 과연 목동을 평정했던 박병호가 한국 최초의 돔 구장인 고척에서도 홈런왕에 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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