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앞서 29일까지 고용부의 명령을 잠정 정지시켜 놓은 상황이어서 이때까지 파리바게뜨 측이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을 해야한다.
일단 5300여 명에 달하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운명을 가를 1차 관문은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이 가처분 소송에서 고용부의 손을 들어주면 시정 명령은 바로 효력을 되찾는다. 하지만 반대로 파리바게뜨가 승소하면 최소한 본안 소송(시정 명령 취소 소송) 1심때까지는 효력이 중지된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고용문제는 본사와 제빵기사, 그리고 가맹점주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칡넝쿨처럼 복잡하다.
직접 고용의 대안으로 제시된 제3자(본사.협력업체.가맹점주) 합자회사에 의한 고용을 주장했던 가맹점주협의회 측은 공식적으로 본사 직접 고용을 반대하고 나섰다.
전체 3300여개 가맹점 중 70%(2368명)의 가맹점주들이 27일 고용노동부에 직접 탄원서를 제출한 것.
이들은 "제조기사들이 가맹본부 직원이 될 경우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과 점주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 당할 수 있다"며 "경영자율권이 침해돼 가맹본부와의 갈등과 분쟁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본사와 가맹점주가 일정부분 이해를 공유하면서도 기본적으로 '갑과 을'의 관계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본사가 불법 파견 논란을 일으킨 것은 품질 관리 등을 한다는 이유로 제빵기사에게 직접 지시하고 근태 관리까지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가맹점주가 협력(도급)업체와 계약을 맺고 제빵기사를 파견받아 일을 시키고 있는데, 본사도 가맹점주도 직접 업무를 지시하면 불법이 된다.
현행 제도는 본사와 가맹점주의 이해관계가 어느정도 맞아 떨어져 만들어진 것이다. 본사는 가맹점주가 부담해야할 제빵기사의 인건비를 일부 대주는 대신 제빵기사를 직접 관리해 왔다.
이를 통해 제품 통일성을 유지하는 등 품질 관리를 쉽게 할수 있었다.
하지만 본사 소속 파견 제빵기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제빵기사를 매개로 가맹점이 본사에 더 종속될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가맹점주협의회에서 "제조기사들이 본부에 직고용 되면 제조기사를 쓰지 않고 직접 빵을 굽거나 직접 고용하겠다는 가맹점이 1000곳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지원없이 독립적으로 제빵기사를 고용하려면 좀더 많은 부담을 져야한다.
파리바케뜨 본사 측도 원칙적으로 가맹점주들이 직접 고용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에서 일하는 데 우리가 직접 고용하는 게 맞는 것이냐"며 "문제를 간단하게 보면 복잡한 문제도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빵기사를 가맹점주에서 알아서 고용한다면 본사는 품질 관리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가맹점주 교육을 강화하거나 직영점을 확대해야 하는데 이 또한 본사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본사는 이미 가처분 소송과 함께 본안 소송도 낸 상태다. 해마다 약 600억원의 인건비가 늘어나는 직접고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에도 변화가 없다.
이 때문에 가처분 소송 이후 본안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다른 변수는 제빵기사들의 입장도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민주노총 소속의 약 500명의 제빵기사들은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본사가 출퇴근 시간까지 체크하면서 사실상 본사 직원처럼 일했지만, 상여금, 복지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직접 고용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도 아니다.
협력업체의 설명을 듣고 '합작회사 고용'에 동의한 제빵기사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700명의 제빵기사를 고용한 협력업체 대표는 "아직 설명회를 계속하고 있는데 절반 이상은 합작회사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또 일부는 현행의 고용 형태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제빵사들도 있다고 한다. 제빵기사로 일정기간 근무하면 가맹점을 차릴때 지원해주는 제도 때문이다.
고용부는 원칙적으로 제빵기사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문제는 '괘도난마'처럼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만약 합작회사 고용을 원하는 제빵기사의 수가 많아지면 파리바케뜨는 더 치열하게 다툴 명분을 얻게 된다.
결과적으로 일부는 본사, 나머지는 합작회사 소속으로 갈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같은 일을 하면서 소속에 따라 처우가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다. 분란과 갈등이 되풀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