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출마가 유력한 후보군들은 뚜렷한 친박 대 비박계로 계파 싸움이 재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지만 양비론을 주장하는 중립 지대에서는 마땅한 리더를 찾지 못해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들 사이에서는 한국당이 '도로 친박당'이 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도 있지만, 동시에 홍 대표 또한 더이상 홀로 당을 좌지우지 해서는 안 된다는 심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 15일 발표 → 洪 제동 → 12일로 중재
홍 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날짜를 두고 특유의 일방통행식 주장을 또 한 번 이어갔다. 앞서 지난 24일 정우택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결정됐다고 발표한 사안에 제동을 건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24일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가 끝난 직후 이어지는 상임위원회 해외일정 등을 감안해 다음 달 15일 차기 원내대표를 뽑기로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홍 대표 측에서는 급작스레 7일 설(說)이 흘러나왔다. 홍 대표 측은 현재 정 원내대표가 맡고 있는 운영위원장 자리를 그대로 한국당에서 물려받기 위해서는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9일 이전에 운영위원장 선출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논리로 7일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도 지지 않았다. 그는 27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논리를 잘 생각해보라"며 홍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예산은 심사 만기일인 12월 2일까지 통과가 불가능하다. 그러면 예산안 심사가 그 다음주로 미뤄진다"며 "국회에서 여러 현안이 문제가 될텐데 우리 당만 경선 때문에 선거운동을 하는 게 맞냐.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위원장 문제에 대해서도 "7일에 원내대표가 뽑히면 운영위원장을 한국당이 계속하고, 15일에 뽑히면 저 쪽(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간다는 건 맞는 논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홍 대표와 정 원내대표는 날짜 조정에 들어갔다. 당초 홍 대표가 내세웠던 운영위원회 자리 사수 논리는 정 원내대표의 설득으로 홍 대표가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12월 15일에 홍 대표가 일본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어, 절충안으로 12일이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 경선에 달린 洪 장악력 유지될까…경선 분위기는?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는 차후 홍 대표의 리더십이 달려있다. 홍 대표부터가 원내대표 경선에 사실상 뛰어든 측면이 있어, 홍 대표가 미는 후보의 당선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홍 대표는 지난 25일과 26일 자신의 SNS(페이스북)를 통해 친박계와 중도 후보를 비판했다.
아직 명확하게 강세를 보이고 있는 후보는 없지만 홍 대표는 복당파와 함께 김성태(3선) 의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홍 대표의 측근은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의원을 비토하는 분위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불만감을 피력했다. 홍 대표는 SNS를 통해 "누가 대여 투쟁을 잘할 것인가에 원내대표 선출의 초점이 있어야 한다"며 김 의원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친박계의 셈법도 만만치 않다. 친박계에서는 홍문종(4선) 의원과 유기준(4선) 의원이 출마 의지를 드러냈었지만 두 의원이 친박 색체가 강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하자 친박 색체를 희석할 수 있는 이주영(5선) 의원이 대안으로 검토되는 분위기다. 또 초·재선 의원들을 사이에서는 복당파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의원이 밀린다면 홍 대표의 향후 당 장악력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무감사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홍 대표식 당 개혁 작업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을 위한 의원총회 소집 여부도 차기 원내대표에게 달려있다. 한 당내 지도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친박도 친박이지만, 홍 대표에 대한 견제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