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처리 D-6…'조용한 협상' 전략 먹힐까

與 SOC 예산 등으로 물밑 협상 시도할 듯, 공무원 증원 예산 등 양보도 관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이 불과 엿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원내 지도부가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한다. 공무원 증원, 아동수당 도입, 최저임금 관련 예산 등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여당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을 통해 물밑에서 최대한 조용히 야당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법정 시한을 넘기면 정부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초유의 상황이 생기는 만큼 원내 지도부간 담판 협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숱한 쟁점 합의 못하고 보류, 이번주 2+2+2 지도부 협상 돌입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5일까지 조정소위원회를 열어 53개 부처의 예산 삭감 심사를 벌였지만, 30개 부처 172건, 사업규모 25조원의 사업이 여야 격론 끝에 보류됐다.

공무원 증원, 아동수당 도입, 최저임금 인상분으로 인한 보조금, 신재생 에너지 및 원전 관련 예산, 사회간접자본(SOC) 20% 감액 등 현 정부의 굵직한 사업이 모두 결론을 내지 못하고 보류됐다.

핵심 쟁점 중 어느것 하나 시원하게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여야는 예결위와 원내 지도부간의 투트랙 협상을 이어간다.

우선 예결위 3당 간사는 '조정소소위원회'를 열어 보류된 감액 심사와 증액 심사를 지속한다. 동시에 27일부터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2 협의체'가 가동된다.

'초고소득 증세'를 위해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하는 세제개편안도 여야간 합의에 이르지 못해 예산안과 함께 지도부 차원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법정 기한인 다음달 2일까지 여야가 예산안은 처리하지 못하면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정부 원안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된다. 이때 세제개편안도 정세균 국회의장이 부수법안으로 지정하면 함께 본회의에 올라갈 수 있다.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올라가는 것은 전례가 없는 초유의 일인 만큼 법정 시한을 넘기는 것은 여야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여당 입장에서는 표결 결과를 장담할 수 없고, 야당도 정부 원안을 본회의에 올리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 SOC 고리로 조용한 협상 시작, 與 공무원 증원 등 일부 양보할지도 관건

공이 원내 지도부 차원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이번주 물밑 협상은 긴박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일부 쟁점 예산을 '포퓰리즘 예산'으로 규정하고 사전 방어막을 치고 있는 만큼 어느정도 주고받기를 위한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야당은 전년 대비 20%가량 삭감된 SOC 예산의 복구를 천명하고 있어 SOC 예산이 협상의 주된 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문재인표 복지정책 및 일자리 정책을 이어갈 수 있는 예산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 공무원 증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용,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 지원금 3조 등은 정부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서 반드시 관철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에 속한 의원은 "예산은 사안별로 접근해서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접촉을 하려 한다며 "지도부는 물론 예결위 의원별로도 접촉하고, R&D예산이나 SOC예산을 고리로 야당과 대화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가장 힘든 부분은 자유한국당이 원하는 것이 분명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번주부터 지도부 차원의 협상이 본격화되는 만큼 서로 패를 내놓고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기한내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한국당은 물론 캐스팅보트인 국민의당도 공무원 증원에 필요한 1조원과 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조하기 위한 일자리 안정 자금 3조원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통화에서 "공무원 증원의 경우 행정공무원 구조개혁과 병행돼야 하고, 일자리 안정자금의 경우도 정부가 3조원을 쏟아붓는 것보다는 간이과세 기준을 조정하고 근로장려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합리적 대안을 내놨다"면서 "이제는 정부여당이 응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상호 한국당 정책위부의장도 통화에서 "묻지마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지원 등을 감액시켜야 꼭 필요한 SOC 예산도 증액할 수 있는 구조"라며 "지난주까지 시간끌기로 버티다가 이번주부터는 지도부간 합의를 시도하기로 물꼬를 튼 상태여서 밀고당기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민주당이 지도부 야당 협상 과정에서 쟁점 예산에 대해 얼마나 양보할지와 SOC 예산 및 R&D예산을 협상의 고리로 삼아 야당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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