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랄라스윗 "삭막한 현실에서 떠올린 비현실 노래"

랄라스윗(사진=해피로봇레코드 제공)
기타치고 노래하는 김현아와 피아노 치는 박별로 구성된 여성듀오 랄라스윗. 어느덧 데뷔 8년차, 꾸준하게 음악을 만들고 들려주며 서정성 짙은 멜로디와 특유의 서사적인 가사로 음악 팬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는 이들은 올해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랄라스윗은 봄과 초여름 각각 프로젝트 싱글 '오늘의 날씨'와 '여름비'를 발표해 이전과 사뭇 달라진 밝은 느낌의 음악을 선보였고, 단독 공연과 각종 페스티벌 무대를 통해 팬들과 만났다.

지난달 말에는 '계절의 空' 이후 2년 만의 새 EP인 '히든 밸리(Hidden Valley)'를 발표했다. 화려하지만 삭막한 도시에서 돌아가고 싶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타이틀곡 '서울의 밤'을 비롯해 벚꽃이 화자가 되어 노래한 발라드 곡 '나를 잊어버리지 말아요', 토성이라는 낯선 존재를 화자로 한 '낮이 되고 싶어요', 싱어송라이터 최낙타와 함께 환상적인 공간에 가고픈 마음을 노래한 '영원의 섬' 등 4곡이 수록된 신보다.

두 장의 싱글, 그리고 2년 만의 EP. 부지런히 2017년을 보낸 랄라스윗은 현재 소극장 공연 '나의 우주에서'를 통해 팬들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중이다. 서울 서교동에 있는 소속사 해피로봇레코드 인근 카페에서 만난 두 멤버는 "랄라스윗 역사상 가장 바쁜 1년을 보냈다. 팬들에게 다양한 곡을 들려드린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미소 지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새 EP '히든 밸리(Hidden Valley)' 발매를 축하해요.
김현아(이하 현아)= "싱글을 발매했을 때와는 확실히 기분이 다르네요."

박별= "상반기에 싱글 2장, 하반기에 EP를 내자는 것이 올해 목표였는데 그 목표를 달성했어요. 데뷔 시기가 비슷한 팀들에 비해 발표곡이 많이 없는 편인데 팬들에게 다양한 곡을 들려드릴 수 있게 되어 기뻐요."


-앨범명을 '히든 밸리'로 정한 이유가 궁금해요.
현아= "앨범명을 먼저 정하고 곡을 쓴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곡들을 모아보니 비현실적인 얘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서울의 밤'은 지금은 어떻게 해도 갈 수 없는 공간에 대한 얘기이고, '날 잊어버리지 말아요'와 '낮이 되고 싶어요'는 각각 화자가 사람이 아닌 벚꽃과 토성이죠. '영원의 섬'도 꿈의 공간에 대해 노래한 곡이고요. 그래서 키워드를 '비현실'로 잡자고 생각했고, 고민 끝에 '히든 밸리'를 앨범명으로 정했어요."

박별= "현아가 밸리, 제가 히든을 떠올렸어요. '판타폴리스', '로스트 밸리' 등이 유력 후보였고요. (미소). 앨범을 관통하는 정서가 향수, 노스텔지어에요.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을 그리워하는. 많은 분들이 곡을 듣고 그리움이 해소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어요. 앨범을 듣고 '나에게도 그런 공간이 있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타이틀곡 '서울의 밤'에 대한 소개를 부탁해요.
현아=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지만 초중고를 모두 인천에서 나왔어요. 인천 만수동에서 살았는데 어릴 적 친구들과 공터에서 뛰어 놀았던 기억이 많아요. 놀이터에서 흙 놀이도 자주 했고요. 그런데 오랜만에 예전에 살던 동네에 다시 가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뛰어놀던 공터 같은 공간들이 다 사라졌더라고요. 속상했죠. '내가 기억 못하면 아무도 기억 못하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고요. 그래서 '나를 기억해주지 않는 이 삭막한 곳에서 나는 가끔씩 그곳이 너무나도 그립다'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만들게 되었죠."

-2번 트랙 '날 잊어버리지 말아요'와 3번 트랙 '낮이되고 싶어요'가 각각 벚꽃과 토성을 의인화한 곡이라는 점이 흥미로워요.
현아= "지난 봄, 집 근처에 벚꽃이 쭉 피었어요. 그런데 비가 오고난 뒤 다 떨어졌죠. 그때 기회가 되면 벚꽃 입장에서 곡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탄생하게 된 곡이 '날 잊어버리지 말아요'에요. 벚꽃 입장에서 간절한 마음을 표현했는데 이렇게 상대방에게 "날 잊어버리지 말아요"라고 직접적인 표현을 하는 발라드 가사를 쓴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박별= "짝사랑에 대한 노래를 쓰고 싶었어요. 그러다 토성에 흥미를 갖게 되었죠. 토성이 태양과 가장 멀고 어둡고, 점성술에서는 추위, 고독, 어둠을 상징한다고 해요. 예전 짝사랑을 떠올려보니 다 태양 같은 존재로 기억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나의 존재도 모르는 사람을 짝사랑 하는 것이 추운 곳에서 오로지 태양만 바라보는 토성과도 같다는 생각을 하며 곡을 만들었어요."

-'영원의 섬'에는 싱어송라이터 최낙타 씨가 참여했네요.
박별= "랄라스윗 앨범 수록곡에 피처링 아티스트가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매 앨범마다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이번 피처링도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현아=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은 노래에요. 애초에 듀엣 곡으로 만든 곡이라 혼자 부르기엔 벅찼어요. (미소). 그래서 고민 끝에 친분이 있는 싱어송라이터 최낙타 씨에게 부탁을 드렸죠. 최낙타 씨 특유의 소년 같은 목소리가 더해져 순수한 느낌이 잘 묻어난 곡이 탄생한 것 같아 기뻐요."

-EP 발매는 '계절의 空' 이후 2년 만이죠. 그때와 비교해 음악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현아= "예전에는 독특하게 만들려고 했어요. 실험적인 게 멋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해가 갈수록, 편안하게 들리는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최대한 대중성을 고려해 편곡 작업을 하고 있어요."

박별= "작년에는 결과물을 많이 못 냈어요. 작법을 바꾼 건 아닌데 조금씩 변화를 주느라 시행착오를 조금 겪었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EP는 저희의 성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꼭 앨범을 듣고 저희의 성장을 확인해 주세요."

-음악 외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박별= "체력의 저하? 하하. 그 영향일수도 있는데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경중을 구분하는 속도가 빨라졌어요. 포기할 건 빠르게 포기하고 신경을 써야할 것들에 집중하는 법을 어느 정도 터득한 거죠."

현아= "정서가 보편적으로 변했어요. 예전에는 누구와도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었어요. '내가 왜 이러지' 싶을 정도로 친구도 많이 없었는데 지금은 유해지고 둥글둥글해졌진 것 같아요."

-새 EP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박별= "'편하게 듣기 좋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도 자극적이고 한 번에 귀에 꽂히지 않더라도 오래 곁에 두고 들을 수 있는 음악, 시대를 타지 않고 몇 년 뒤에도 들어도 변함없이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게 목표에요."

현아= "퇴근길에 들으면 좋을만한 앨범이에요. 학창시절 하굣길에 앨범을 다 듣고 집에 들어가고 싶어서 동네를 서성인 적이 있어요. '히든밸리'가 누군가에게 그런 앨범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곡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자 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이 많아요.
현아= "무턱대고 '잘 될 거야'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나도 힘들어, 너도 힘드냐' 하는 식으로 표현 방식이 조금 바뀐 것 같아요. 예전에는 회사에 곡을 들려주면 '너무 신세한탄 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요새는 그런 소리도 잘 안 들어요. (미소)."

-두 분은 어떤 노래를 듣고 위로를 받나요.
현아= "저는 카펜터스(Carpenters)의 노래를 즐겨 들어요. 목소리가 워낙 아름다워서 예민할 때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박별= "저는 아이오아이 출신 청하 님의 '우주먼지'요. 너무 좋아서 들으면 마음이 짠해져요."

-같은 계열 회사에 속한 팀인 멜로망스가 최근 음원 차트 1위에 올랐죠.
현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차트에 오디션 프로그램 경연곡이나 아이돌 음악이 전부였어요. 그런데 작년부터인가 홍대씬과 가요씬의 구분이 없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최근 멜로망스가 음원 차트에서 1위에 오른 것이 다양한 음악을 즐기는 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아요."

박별= "멜로망스 분들이 회사 역사상 가장 좋은 음원 성적을 거뒀죠. (미소).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음악이 좋으면 1위를 할 수 있구나 하는 희망을 봤어요."

-2017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올 한해 마무리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요.
현아= 12월 3일까지 소극장 장기 공연 '나의 우주에서'를 열고 팬들과 만날 계획이에요. 4년째 개최하고 있는 저희의 브랜드 공연이자 연례행사라고 할 수 있죠. 매주 공연 콘셉트가 다르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인데, 그래서 매주 오시는 팬 분들도 많아요. 연말 공연 끝나고 정신 차리면 항상 한해가 끝나 있어요. 공연을 잘 마치는 것이 올해의 마지막 목표입니다."

박별= "연말에 내년 계획도 미리 차근차근 세우려고 해요. 보통 1, 2월은 공연이 별로 없어서 음악 시장에서 비수기로 통하거든요. 그래서 늘 해가 바뀌면 멍 때리게 돼요. 그런데 올해는 계획을 잘 세워둔 덕분에 2월부터 착착 진행이 잘 되었어요. 내년도 올해처럼 바쁘게 부지런히 지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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