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마님 강민호가 떠났지만 간판 '3할 타자' 손아섭이 남았다. 그동안 내부 자유계약선수(FA)만 10명을 놓친 롯데가 모처럼 열심히 일했다. 한숨을 돌렸지만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롯데는 26일 손아섭과 계약 기간 4년, 총액 98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손아섭은 구단을 통해 "롯데 자이언츠에 지명되고 지금까지 다른 팀에서 뛸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메이저리그 도전이라는 꿈보다 우리 팀의 우승이라는 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의 '진정성'을 느껴 같은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적을 선택한 반면 손아섭은 잔류를 선택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손아섭에게는 미국 무대 진출의 꿈이 컸다. 이미 한 차례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에 실패한 손아섭은 올해 또 한번 기회를 잡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두 차례 신분조회 요청이 들어왔다.
하지만 미국 진출시 계약이 언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손아섭이 미국 진출만 노릴 경우 그의 거취는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이 열리는 12월 중순 이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됐다. 본격적인 협상과 계약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었다.
손아섭은 고민 끝에 롯데 우승의 꿈을 더 키워보기로 했다.
2007년 데뷔한 손아섭은 줄곧 롯데 유니폼만 입었다. 그리고 간판타자로 활약했다. 2010년부터 8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다. 기량은 쑥쑥 늘었다. 2017시즌에는 타율 0.335를 기록하면서 데뷔 후 최다 홈런(20개)을 쏘아올렸다.
롯데 팬을 향한 손아섭의 애정은 남다르다. 지난 10월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린 뒤 평소보다 더 감정을 노출했다. "외야 관중석에서 팬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름 인사 아닌 인사를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손아섭은 롯데 팬의 더 행복한 미소를 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우승의 감격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FA 계약 후 "우승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우승을 위해 남겠다"는 소감은 느낌이 비슷하지만 분명 다르다.
손아섭은 롯데 프렌차이즈 스타의 길을 걷기로 했다. 하지만 FA 자격을 재취득하는 4년 뒤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롯데는 한숨을 돌렸다. 손아섭의 계약을 계기로 심각한 전력 누수를 막았다. 구단에게 주어진 과제는 명확하다. 이제 잔류를 선택한 손아섭의 열정을 위해서라도 우승권 전력 만들기에 더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