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간 내내 '외압·관여' 논란·윤석열 배제 후 공안통 배치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이 검찰의 '댓글 수사'를 막기 위해 소극적으로 진상 규명을 은폐하는 수준을 넘어 청와대에 요청해 핵심 인력을 교체하려 하는 등 수사팀을 와해시키려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26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는 최근 남재준 원장 시절인 2013년 국정원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등에 보고한 수사 대응 문건들을 추가로 발견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에 이첩했다.
국정원은 당시 청와대에 올린 보고서에서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검찰 댓글 특별수사팀의 인적 구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상당수를 교체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보고서에는 균형적인 정무감각이 부족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출신 특수통 검사들이 주도하면서 댓글 수사가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주요 인사 계기 등이 있을 때 이들을 수사팀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일부 검사들의 대학생 시절 학생운동 전력, 출신 지역까지 지적하면서 교체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보고서들은 당시 서천호 2차장과 감찰실장이던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등 국정원 핵심 간부들로 구성된 '현안 TF' 주도로 작성됐다.
앞서 당시 국정원이 "이번 사건의 대처에 (박근혜) 정권의 명운이 걸렸다"며 "외부에 진상이 드러나게 되면 (국정)원 역시 존폐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검찰은 새로 발견된 보고서들이 국정원의 '사법 방해' 의혹을 뒷받침할 핵심적인 추가 증거로 보고 현안 TF 관계자들을 상대로 작성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남 전 원장 역시 수사팀 와해 기도 등 사법 방해에 관여한 정황을 잡고 관여 여부를 파악 중이다.
검찰은 2013년 윤 지검장을 팀장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댓글 진상 규명에 나섰으나 주요 고비마다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그해 9월 채동욱 검찰총장이 갑자기 불거진 혼외자 논란에 사퇴해 '방패막이'가 사라지고서 황교안 장관이 이끌던 법무부가 검찰 수사 방향에 개입했다는 불만이 당시 수사팀에서 터져 나왔다. 수사팀과 법무·검찰의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윤 지검장은 2013년 10월 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이 댓글 외에 5만여 차례에 걸쳐 트위터에서도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한 글을 게시한 것으로 파악했지만, 상부 불허를 우려해 윗선 보고 없이 국정원 직원 3명을 체포하고 원 전 원장 등을 추가 기소했다.
이후 윤 지검장은 수사에서 전격 배제됐고 수사팀장은 공안통인 이정회 현 대검 과학수사기획관(검사장급)으로 교체됐다.
윤 지검장은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고 지방 고검을 전전하다가 작년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발탁돼 수사 일선에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