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선수가 정성훈(37)이다. LG는 2차 드래프트가 열린 지난 22일 정성훈에게 계약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한 마디로 방출이다. 정성훈은 2009년부터 LG 유니폼을 입고 9시즌을 뛰었다. 올해도 115경기 타율 3할1푼2리의 녹슬지 않은 방망이 솜씨를 보였다.
LG는 "최근 진행해온 세대 교체의 과정 속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양석환과 김재율 등 키워야 할 1루수 자원이 많아 정성훈에게 출장 기회를 줄 수 없는 상황이다.
정성훈 덕분에 크게 주목받는 선수가 있다. 바로 내야수 윤대영(23)이다. LG의 차세대 거포로 정성훈 방출에 본의 아니게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올해 9월 경찰 야구단에서 제대한 윤대영을 내년 1군에서 본격적으로 기용하려는 LG다. 올해 양석환, 김재율 등과 경쟁한 정성훈은 내년 윤대영까지 합류하면 사실상 설 자리가 없다.
윤대영은 2013년 NC의 2차 4라운드 신인으로 입단했다. 그러다 2015년 2차 드래프트에서 LG의 지명을 받았다. 1군 경험은 없지만 퓨처스리그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올해 타율 3할6푼 24홈런 98타점으로 북부리그 홈런, 타점왕에 올랐다.
우타 거포 부재에 시달려온 LG로서는 윤대영을 차세대 4번 타자로 점찍고 내년 성장을 위해 공을 들일 예정이다. 무엇보다 LG는 재능이 빼어난 자원들이 구단을 떠난 뒤 잠재력이 폭발해 거포로 우뚝 섰던 아픈 경험이 있기에 윤대영에 거는 기대가 더 크다.
그의 입단 동기 정의윤(SK)도 비슷한 케이스다. 2005년 2차 1순위로 LG에 입단한 정의윤은 2014년까지 31홈런에 그쳤으나 SK로 이적한 이후 잠재력이 터졌다. 특히 지난해 27홈런 100타점으로 SK 4번 타자로 맹활약했다.
이들에 앞서 이적 후 2009년 KIA의 우승을 이끌며 정규리그 MVP에 오른 김상현도 있었다. KIA 출신인 김상현은 2001시즌 뒤 LG로 이적해 2008년까지 뛰면서 35홈런을 쳤지만 KIA로 다시 이적한 2009년에만 36홈런을 때려냈고, 127타점을 올렸다. 때문에 LG만 떠나면 거포 본능이 꿈틀댄다며 '탈LG 효과'라는 말까지 나왔다.
특히 LG는 잠실 라이벌 두산과 비교가 많이 됐다. 두산 역시 가장 큰 잠실을 홈으로 쓰지만 거포들이 제법 나왔다. 2년 연속 35홈런 이상을 때려낸 '잠실 홈런왕' 김재환을 비롯해 오재일 등이 맹활약했고, 앞서 김현수도 2015년 27홈런을 때려낸 바 있다. 이에 비해 LG는 항상 장타력 부재에 시달렸다. 올해도 LG는 최고의 마운드를 자랑하고도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퓨처스 홈런왕' 윤대영이 내년 1군에 데뷔하는 것이다.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정성훈 방출' 논란도 있기 때문에 더욱 내년 윤대영의 성적에 관심이 쏠릴 터. 과연 윤대영이 LG의 '우타 거포 잔혹사'에 마침표를 찍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