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권역외상센터(이국종 교수님) 추가적, 제도적, 환경적, 인력 지원'을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이국종 교수는 타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건강을 희생하고 있다. 이국종 교수뿐 아니라, 타 지역 외상센터도 소속 병원의 눈치를 본다고 한다. 환자를 고치려 할수록 병원의 적자가 증가하기 때문. 죽어가는 생명을 치료하는 것은 의사의 본업이자 사명인데, 그들은 자신의 본업과 사명을 수행함에 상부와 주위의 눈치를 봐야한다 그들이 환자를 눈치보지 않고 치료하고, 보편적인 삶을 살면서도 사명감을 지킬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청한다"며 외상센터 지원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외상센터에서 근무하는 의료인들의 열악한 환경은 이미 몇 번 공론화된 바 있다.
이 교수는 지난 22일 귀순병사 2차 브리핑에서 "100병상으로 만들어 진 중증외상센터가 한달 반만에 다 찼고 현재 150명이 있다. 더 이상 수용할 수가 없어 소방방재청에 바이패스(환자 수용 불가)를 걸어둔 상태"라며 살인적인 업무강도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이 교수는 런던의 사례를 소개하며 "런던의 경우 1년에 320일 이상이 비행을 할 수 없는 기상인데도 거기서 출동을 한다"며 "런던은 병원 헬기장 바로 옆이 주택가다. 헬기들은 주택가에 그냥 내려앉는다. 일본, 미국의 경우도 그렇다. 그런데 한국은 구조헬기가 등산객들 사이로 날아가서 김밥에 모래가 들어갔다고 민원을 넣는다. 이게 우리 자화상"이라며 씁쓸한 심경을 밝혔다.
외상센터 의료진들의 비상식적인 초과근무와 그로 인한 자괴감에 대해서도 호소했다.
"저희들 아무데서나 먹고 자요. 저하고 오만에도 같이 가고 지금도 있는 교수가 1년에 집에 네 번 갔어요. 2010년도에, 1년에 4번. 한번은 그 교수 락커에 애기가 보낸 편지가 붙어있었는데, '아빠 빨리오세요'…자괴감이 든다고요 저도. 그러니까 '동료들의 희생을 팔아가지고 이걸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저희 간호사들 보면, 보통 병원 간호사들이 한 달에 2백 시간 일하거든요? 근데 월별 근무시간이 4백 시간 나와요.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잖아. 근데 우린 사회하고 거꾸로 가잖아요. 여기에 대해서 뭔가 잘못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이 교수는 또 세월호 침몰 당일 헬기에서 찍은 영상을 공개하며, 제도와 시스템이 무너져버린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교수는 "저는 그때 열한시 반에 상공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배가 가라앉는 걸 제 눈으로, 아무것도 못 하고 봤다. 저는 말 안 들으니까 저만 비행하고 있었고, 다른 헬기는 다 앉아있었다"며 말을 이어갔다.
이어 "거기 앉아있던 헬기가 5천여억 원이 넘는다. 우리나라 국보급 헬기들이, 왜 앉아있기만 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저희는 왜, 급유를 받으러 산림청에 갔을까요. 배가 가라앉고 있는 데 기름 넣을 곳이 없었다. 목포에 비행장이 몇 갠데, 왜 기름 넣을 곳이 없었을까. 이게 우리가 만든 사회의 팩트이며, 자랑하는 시스템이고 현실"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