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호주 복합 휴양 시설에서 근무 중인 여성이라고 밝힌 워마드의 한 이용자는 19일 게시판에 글을 올려 야외수영장을 찾은 호주 남자아이를 성폭행했다며 과정을 상세히 적었다.
이때 글쓴이는 EBS 젠더토크쇼 '까칠남녀' 방송(9/25 '예쁜 소녀를 찾습니다' 편)을 인용해 "'롤리타 콤플렉스'는 범죄지만 '쇼타콘'(쇼타로 콤플렉스)은 존중받는 취향"이라고 주장했다. 캡처에 나온 이현재 서울시립대 도시문화연구소 교수는 '쇼타콘'을 '취향'이라고 하고 아동성범죄를 옹호하는 인물로 인식돼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 방송을 보면 이 교수는 "쇼타로 콤플렉스는 하나의 취향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는 쇼타로 콘셉트와 쇼타로 콤플렉스를 구분했고, 롤리타-쇼타로 콘셉트 모두 하나의 취향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국내에 등장한 쇼타로 콤플렉스의 예로 남자아이돌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아동성범죄에 대해서는 "미성년자 의제 강간은 당연히 똑같이 처벌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2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도 "사실 확인도 없이 기사가 나왔다"며 "유감"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11. 22. 이현재 "일베에 올라간 내 짤, 워마드에서 왜 썼을까")
'까칠남녀' 제작진은 23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워마드 이용자가 본인의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해 (방송을) 앞뒤 다르게 편집해, 이 교수가 아동성범죄를 옹호하는 것처럼 재편집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캡처본이 악의적으로 도용되고 게시판이 테러 당할 때에도 그 누구도, 그 어떤 기자도 사실관계를 제대로 규명해서 쓰지 않았다"며 "기사 내보내기 이전에 팩트체크를 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까칠남녀' 제작진과의 전화 인터뷰 전문. (노컷 인터뷰)
그 방송이 두 달 전에 된 건데 검색어에 올라 놀랐다. 워마드에 올라온 호주 성폭행 사건 게시글 게시자가 본인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한 근거로 저희 '까칠남녀'에서 했던 방송을 캡처해서 올렸다. 방송을 못 본 사람은 순서대로 편집이 된 건지 뒤바뀐 건지를 모르고 캡처본만 보고 나서 게시판으로 몰려오게 됐다.
해당 방송은 9월 25일자 '예쁜 소녀를 찾습니다'다. 기획의도는 대중문화에서 소비되는 걸그룹 아이돌이나 롤리타 컴플렉스 같은 것들이 어떻게 여성의 이미지를 왜곡시키는가에 대해 논쟁하는 것이었다. 당시 교수님은 10대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범죄는 처벌받아야 되는 게 맞다는 입장이었다.
쇼타로 콤플렉스 얘기가 나오게 된 건, 롤리타 콤플렉스가 하나의 콘셉트로서 문화적 상품으로 소비되는 것처럼, 쇼타로 콤플렉스도 같은 의미에서 문화적 상품으로 지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그 콘셉트를 취향이라고 말한 것이다.
황현희 씨가 당시 아동성범죄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 교수는 문제가 있다, 심각한 범죄라는 것에 대해 동의하셨고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두 개 다 분리된 얘기인 거다. 하나는 문화적 상품으로 소비되는 롤리타-쇼타로 콤플렉스에 대한 이야기였고, 아동성범죄에 대한 얘기는 그것과는 다른 조금 더 이후에 얘기가 나온 거다.
이 교수가 미성년자 의제 강간은 당연히 똑같이 처벌받아야 된다고 분명하게 언급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캡처 이미지는 다 삭제가 되고, 필요에 의해 (일부 이미지만) 선택돼서 만들어진 것이다. 누가 봐도 그 재편집된 캡처본만 보면 이 교수가 아동성범죄를 두둔하는 것처럼 보인다. 당황스럽다.
그 부분은 오기(잘못 적은 것)가 맞다. 이 교수님이 방송에서는 분명히 쇼타로 콘셉트라고 말씀하셨다. 제작진이 이를 그대로 표기했더라면 이런 오해가 생기지는 않았을 것 같다.
다만, 우리 사회에서도 콘셉트와 콤플렉스라는 말이 혼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걸그룹 아이돌에 대해 다룰 때에도 콘셉트(설정)에 대해 말하는 것임에도 '롤리타 콤플렉스'라고 하는 것처럼. 그러다 보니 단어를 엄중히 구분해서 쓰지 못한 부분이 있다.
결론적으로 단어의 혼용이 자주 이뤄지는 건 맞고 그 속에서 저희도 표기를 좀 정확하게, 이 교수님 말씀하신 오디오 그대로 정확하게 적었어야 한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 편집과 자막에 더 신중할 것이다.
▶ 앞으로도 의도를 가진 재편집 캡처본이 유포될 수 있는데, 이번 일로 인해 '까칠남녀' 제작 방침에 달라지는 부분이 있나.
과거에는 패널들의 발언이 논란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발언 수위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롤리타 콤플렉스도 사회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이슈인 만큼, 앞으로 다루게 될 젠더 이슈가 민감할 경우에는 편집 과정에서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고 판단하는 부분이 있다.
▶ '까칠남녀'는 그간 방송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성, 젠더에 대한 민감한 이슈를 다루어서 이전에도 여러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프로그램 폐지 청원은 차원이 다른 문제인데,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지.
폐지 청원을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시청자게시판을 봐도 방송을 제대로 보지 않고 캡처만 보고 욕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제(22일) 홈페이지 해킹을 당했는데, 故 노무현 대통령을 능욕하는 이미지가 올라왔다. 과거 일베 회원들이 해 왔던 소행과 비슷하게 보이고 있고, IP 추적도 완료한 상태다. 워마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베, 오유, 엠팍 등 남초 커뮤니티에서도 (재편집된 캡처본이) 소비되고 있다.
사실 팩트체크는 저널리즘의 가장 기본적 원칙이다. 그건 기자든 PD든 언론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소명의식이라고 본다. 그게 무너진 것이다. 논란을 받아 썼던 기자들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해킹사건과 한쪽만의 반응이나 댓글만으로 기사를 쓴 것에 대해서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놀랐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이 일파만파 확장된 것에 대해서는 기자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기사를 내보내기 전에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했고, 저희 쪽에도 팩트체크를 했어야 한다고 본다. 진위여부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상황에서 굉장히 급하게 선정성과 자극성에만 초점을 맞춰서 기사를 내보낸 것 때문에 여론이 왜곡된 방향으로 확산됐다고 본다. 굉장히 잘못됐다고 본다.
▶ 공식입장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또 다른 대응 방안도 있는지.
정확한 기사로 제대로 보도돼, 시청자 대중에게 사실이 정확하게 알려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공식입장은 회사와 함께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