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한반도 지진 관측 사상 역대 두 번째인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9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쯤 첫 일정으로 포항 북구에 있는 포항여고를 찾아 지진으로 수능을 일주일 연기하는 혼란을 겪고 전날 시험을 치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만났다.
문 대통령은 여진의 위험 속에서도 침착하게 시험을 본 학생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 '깜짝' 방문을 예상하지 못한 학생들은 소리를 지르며 교실 밖으로 몰려들어 복도가 붐비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교실이 무너져 다른 공간에서 공부했던 3학년 9반을 찾아 "지진 대피 생활도 하고 여진 때문에 제대로 공부도 못했을까 걱정"이라며 "그런 역경을 이겨내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어려울 때 그만큼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역경이 더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며 "늘 위기가 오히려 기회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면 좋겠다"고 학생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제가 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지진 소식을 들었는데 가장 큰 걱정이 수능이었다"며 "수능을 연기한다는 것은 너무나 중대한 일이어서 처음에는 정부에서도 연기할 생각을 쉽게 하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수능 수험생이 약 59만명 되는데 포항 지역에 5600명 정도니까 1%가 채 안되지만 정말 만에 하나라도 지진 때문에 포항지역 학생들이 제대로 시험을 못치거나 불안해서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면 불공정한 결과가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수능 연기에 동참해준 전국에 있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전체 학생들이 다 중요하지만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 지역 학생들의 안전과 공정함도 중요하게 생각해서 연기 결정을 내렸는데, 정말 고마웠던 것은 나머지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불평을 안 하시고 오히려 연기 결정을 지지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또 "오히려 포항 학생들 힘내라면서 응원도 보내주셨는데 정말 고마운 일"이라며 "우리 국민들의 마음 속에는 대한민국의 희망이 있다. 늘 소수자들을 배려하는 게 우리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항 지진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니 많은 국민들이 후원금도 모으고 자원봉사들 오셔서 수고하고 아픔을 함께 나누시고 계시다"며 "우리 포항여고 학생들도 이번에 어찌보면 좋은 경험들을 한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텐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마음을 함께 나누는 삶을 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문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네"라고 대답하며 소리쳤다.
최은진 학생은 "계속 여진이 일어나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수능이 연기가 됐다고 해서 완전 좋았다"며 주먹을 꽉 쥐기도 했다.
박민지 학생은 "지진이 발생한 뒤 너무 시간이 촉박해 불안감이 컸는데 수능이 연기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버린 문제집을 구하러 다닌다고 좀 힘들기는 했지만 일주일 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포항여고 최규일 교장은 학생들 앞에서 문 대통령에게 '나그네'로 3행시로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학생들이 운을 띄우자 '나는 그대들을 사랑합니다' '그대들도 나를 사랑합니까'라고 답했고, 학생들은 책상을 두드리며 '네'라고 답하며 활짝 웃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아까 선생님이 미리 가르쳐주셨다"고 말해 또한번 폭소가 터졌다.
문 대통령은 포항 여고를 방문한 뒤 지진 피해로 붕괴 우려가 있어 폐쇄된 포항의 대성아파트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피해 현황을 보고받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지진으로 불편을 겪는 포항시민을 위로하고 오찬을 함께한 뒤 서울로 복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