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한미군사훈련 중단 속도내나

靑 "한미군사훈련 중단은 여러 옵션 중 하나"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의 평화적 추진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군사훈련 일시 중단 카드를 꺼내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는 방안은 여러 옵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곧바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한미군사훈련 중단 문제는 지금까지 논의되거나 결정된 바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내년 3월부터 시작되는 한미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에 대한 한미 군 당국간 계획안 논의가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한미연합훈련 시기 조절 언급은 비상한 관심을 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하는 전용기 안에서 "핵동결은 북한과의 대화의 입구이고, 핵폐기는 대화의 출구"라며 북핵문제 해결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하지만 북한이 곧장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이어 6차 핵실험까지 감행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 채택으로 이어졌고, 한반도 상공에 미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순환 출격하는 등 한반도 상황은 엄중해지고 대화 모멘텀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조차 만나지 못하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우리 정부가 더늦기 전에 상황 관리에 나서야된다는 위기감이 한미군사훈련 임시 중단이라는 카드를 빼든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중국이 당장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들을 내놓는데 사실 상황이 예전같지 않다"며 북중 관계 개선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한미군사훈련 중단 카드는 북한의 핵동결과 북한이 그간 강조해온 대북 군사적 억제정책 중단을 한 테이블에서 논의하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자는 중국 정부의 해법인 일명 '쌍중단'(雙中斷)의 초기 단계로 비쳐질 수 있어 향후 대화국면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한미군사훈련 중단 검토는 최근 북미와 북중간 대화 국면이 요원한데다 미국이 북한을 9년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등 긴장수위가 더욱 높아지자 북한에 유화적 메시지를 선제적으로 던진 것으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에서 녹화돼 9일 방영된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N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1단계로 핵 동결을 위해서, 다음 단계로는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상응한 조치를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여건이 형성되면 '쌍중단' 방식의 대북 접근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당장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불법적인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합법적인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라는 것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며 다소 상반된 입장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 역시도 한미 군사훈련 중단에 대한 한미동맹 엇박자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옵션 중의 하나"라고 밝히면서, 향후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 등 매년 3월 중순부터 말까지 진행되는 한미군사훈련 시기 조절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때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의 평화적 개최'를 강조하고 '스포츠와 올림픽 이상을 통해 평화롭고 더 나은 세상 만들기'라는 이름의 유엔총회 휴전결의안을 제출한 만큼 본격적인 대화 모멘텀을 찾기 위한 밑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휴전 결의안이 북한은 물론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관련국들의 만장일치로 채택됐다는 점도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다만 아직 한미간 정교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지 않았고,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하는 북한에 추가 도발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다소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과 사전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동맹 균열 우려와 남남갈등의 소지도 있다"며 "여기에 북한의 변수도 생각해야 하는 등 상대국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로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한반도 정전체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의 평화적 실현을 위해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북한의 동계훈련 중단이라는 양측의 결단을 모멘텀으로 내년 3월까지 남북관계 복원과 북미대화 재개, 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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