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정보 SNS 공유하면 처벌, 왜?

"공개가 목적 아니냐" 지적에도 "개인정보"란 원론적 답변

(사진=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 캡처)
성범죄자 신상정보공개는 공개 그 자체를 통해 성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졌다. 그러나 그 통로는 오로지 '성범죄자알림e' 웹사이트 등에 한정된다.

개인 소장을 위한 캡처가 원천 차단돼있는 것은 물론이고 가까운 지인과 이를 공유했다가는 법적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이용자들은 의문을 표하고 있다.

◇ "우리 동네에 성범죄자가 있다고 알리려 한 건데…"

지난 2012년 성범죄자알림e 사이트에 처음 접속해본 A(25) 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살고 있는 대전의 한 동네에도 여러 명의 성범죄자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곧장 해당 화면을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SNS에 올렸다. A 씨의 지인들은 "멀쩡하게 생겨서 무섭다"고 반응하는가 하면 직접 성범죄자알림e 사이트에 접속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A 씨의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제55조는 해당 정보를 '아동·청소년 등을 등록대상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성범죄 우려가 있는 자를 확인할 목적으로만 사용돼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한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

실제 성범죄자알림e 사이트에 게시된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지인에게 전달했다가 벌금형을 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B(24) 씨는 성범죄자알림e를 살펴보다가 친구의 지인이 등록돼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메신저를 통해 이를 친구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이후 해당 지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B 씨는 법원으로부터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 '개인정보'라지만… "누구나 볼 수 있는데" 의아한 이용자들

성범죄자알림e 앱에서 캡처를 시도하자 '보안정책에 따라 화면을 캡처할 수 없다'는 알림이 나오고 있다.
공개 대상으로 지정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는 사실상 '모두에게' 열려 있다. 현재 주민등록번호를 부여 받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해당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성범죄자알림e 등 제한된 창구를 통해서만 가능한 폐쇄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성범죄자알림e 앱 상에서도 해당 내용을 캡처하려 하면 '보안청책에 따라 화면을 캡처할 수 없다'는 알림이 뜬다. 사진 없이 이름과 주소만 적힌 페이지도 마찬가지로 캡처를 통한 소장부터 불가능하다.

여성가족부는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의 특성상 아청법 외 다른 법률들의 적용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명시적으로 지정된 수단만 허용해 무한대로 전파될 위험을 막았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해당 절차는 개인이 누군가의 개인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정부에서 관리하는 수단"이라는 원론적 차원의 답변을 했다. 캡처조차 못하도록 막아놓은 것 역시 "유출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실상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정보의 공유를 막아놓은 것은 이용자들에게는 어리둥절한 상황이다.

최근 서울의 한 지역에 사는 친구에게 성범죄자알림e 페이지를 찍어 보낸 이모(26) 씨는 "'너희 동네에 이런 사람이 있다'며 친구에게 공유해줬다"고 밝혔다.

이 씨는 해당 행위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설마 얘가 날 고발하겠나' 하는 생각도 있었고, 누구나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볼 수 있으니까 별 경각심도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현 제도가 성범죄예방과 개인정보보호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정보공개 방식과 그 범위에 대해 보다 진전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성아동 단체 '탁틴내일'의 이현숙 대표는 "해당 내용을 국민들이 알고 공유할 필요와 성범죄자 개인과 가족의 인권이 함께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개의 범위를 넓힌다면 그 범위가 SNS 전체가 될지, 학부모 등 특정 단체만 공유하는 SNS 혹은 지인과의 개인적인 문자메시지가 될지 세심한 고려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엔 이 같은 문제를 비롯해 성범죄자 신상공개 자체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해당 정책에 대해 우리사회가 다시 한 번 숙고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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