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은 올 시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는 이다영이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은 선발로 나선 이고은도, 경기 도중 교체 투입된 염혜선도 불안했다. 결국 경기는 일방적인 현대건설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렇게 내용으로나, 결과로도 희비가 극명했던 두 팀이지만 세터 고민은 다르지 않았다. 시즌 초반부터 잘 나가는 현대건설도, 시즌 초반이지만 ‘우승후보’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IBK기업은행도 고민은 세터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까지 주전으로 활약하던 염혜선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IBK기업은행으로 떠났지만 그를 대체할 새로운 세터를 영입하지 않았다. 대신 신임 이도희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백업으로만 활용됐던 이다영에게 주전 세터를 맡겼다.
2014~2015시즌 전체 2순위로 입단해 줄곧 백업 역할에만 그쳤던 이다영은 이도희 감독을 만나 무섭게 성장했다. 자신도 이도희 감독을 만나 올 시즌 배구선수로서 많은 성장을 하고 있다고 인정할 정도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이다영이 쓰러질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 선수단에 세터포지션은 4년차 이다영과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은 김다인이 전부다. 이다영이 데뷔 후 첫 주전으로 활약하며 기대 이상의 경기력으로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지만 자칫 부상이라도 당할 경우 경기력에 당장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다영은 “부상은 항상 걱정한다. 내가 다치면 이제껏 맞춰놓은 것이 다 없어지게 되니까 다치지 않기 위해 더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도희 감독은 “김다인도 언제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훈련을 하고 있다. 자기 몫은 하고 있다”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해 대비를 소개했다.
IBK기업은행은 베테랑 세터 김사니가 은퇴한 빈자리를 염혜선으로 대체했다. 지난 시즌부터 김사니와 함께 팀을 이끈 이고은도 건재한 만큼 올 시즌 우승 후보라는 평가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IBK기업은행은 이고은도, 염혜선도 코트에서는 그 누구도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기복이 심한 탓에 이정철 감독은 경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믿고 맡기는 대신 상황에 맞게 두 선수를 바꿔가며 기용한다.
배구는 세터놀음이라는 말처럼 세터 포지션의 중요성이 큰 배구라는 점에서 리더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계속해서 바뀌는 상황은 오히려 독이 되는 올 시즌의 IBK기업은행이다. 결국 IBK기업은행은 올 시즌 우승을 다퉈야 하는 현대건설과 경기에 71분 만에 완패했다.
결국 이정철 감독조차 “최근 수년 동안 최악의 경기였다”고 평가했을 정도로 경기력이 나빴다. 이정철 감독은 시즌 초반 부진의 이유로 대표팀 차출 등으로 선수 구성의 큰 변화에도 호흡을 맞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을 꼽았다. 염혜선의 경우도 “기본이 무너진 만큼 서두르지 않는다. 후반기쯤에는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서로가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