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수사 방해의혹' 용산경찰서장, 직원 통해 "억울하다" 토로

용산서 관계자 "몸통과 깃털 구분해야" 검찰 수사에 우회적 불만

2012년 대선 정국에서 국가정보원의 불법 정치 공작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고위직 경찰관이 23일 "진짜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 검사)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한 김병찬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검찰의 강제수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고 용산서의 한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서장이 '할 말은 많지만 적절한 시기에 하겠다'고 말했다"며 "서장이 평소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면서 위법은 없었고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했는데 그게 문제화됐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경찰-검찰' 갈등까지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수사는 진실을 찾아가야 하고, 몸통과 깃털을 구분해야 한다"고 검찰 수사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내비쳤다.

김 서장은 2012년 대선 당시 서울경찰청 수사2계장을 맡고 있었다. 수사2계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공안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부서다.


서장이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이 되자 용산서는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주차장엔 경찰차보다 언론사 차량이 더 많이 보였고, 로비엔 방송사 카메라 여러 대가 늘어섰다.

직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취재진의 질문에는 "할 말이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점심시간까지 압수수색이 이어지면서 식사하러 가는 직원들은 여느 때와 달리 조용히 이동했다.

용산서 측은 압수수색 구역인 2층 서장실로 통하는 1층 계단 초입부터 취재진 진입을 막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김 서장의 사무실 등에 수사관 5명을 보내 김 서장의 휴대전화와 하드디스크, 업무 자료 등을 확보했다.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압수수색은 낮 12시 42분께 종료됐다. 검찰은 푸른색 상자 1개 분량의 물품을 압수했다.

서울 수서경찰서의 댓글수사가 진행되던 2012년 12월 서울경찰청 수사2계장을 지낸 김 서장은 수서서로부터 건네받은 '국정원 여직원'의 노트북을 분석해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를 지지하고 문재인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조직적인 여론 조작 정황을 포착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의혹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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