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11일만에 석방…'적폐수사' 구속적부심 첫 사례

법원 '판단 번복'에 검찰 MB수사 급제동…검찰 법원간 갈등 재연 조짐도

이명박정권기 국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의 댓글 여론공작 관련 혐의로 구속됐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 11일만에 풀려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사이버사 공작의 상층부를 향하던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22일 구속적부심을 거쳐 김 전 장관을 풀어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신광렬 수석부장판사)의 논지는 '혐의 소명의 정도 등에 비춰 범죄성립 여부에 다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도주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내놨다.

이는 김 전 장관 측 입장이 거의 그대로 반영된 결론이다.

김 전 장관 변호인은 적부심에서 ▲개정전 군형법상 김 전 장관은 정치관여죄 처벌 대상자가 되지 않는다 ▲사이버사 심리전단의 공작을 결재했을 뿐 지시한 게 아니다 ▲사이버사 군무원 채용과정에서 지역 차별행위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미 출국금지돼 있어 도주 우려가 없고, 당사자 의지 및 실현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증거인멸 위험도 없다고 재판부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불과 11일전 법원은 김 전 장관의 신병에 대해 정반대의 결정을 내놨었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 11일 "주요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피의자나 혐의내용이 동일한 가운데 단지 11일이라는 시간차로 법원 판단이 갈렸다.

이번 구속적부심 석방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검찰이 진행 중인 '적폐청산' 수사 이래 최초 사례다. '정유라 이대비리' 피고인 김경숙 전 이화여대 학장의 구속적부심, '국정농단 제보자'이자 알선수재 혐의 피고인인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체포적부심에서 법원은 한결같이 기각 결정을 내놨다.

법원의 석방 결정으로 MB정권 수뇌부를 향해 진행되던 사이버사 공작 사건 수사에 급제동이 걸렸다.

그동안 수사는 김 전 장관을 넘어 사이버사 증원에 연루된 김태효 당시 청와대 비서관은 물론, '최고 윗선'인 이 전 대통령으로까지 뻗어나가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김 전 장관 수사가 일단락돼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서울중앙지검 관계자)던 검찰 일정표상 수사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향후 다른 적폐 사건 피의자들에게 이번 일이 '활용하기 좋은 선례'로 작용해 수사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지난 9월 국정원 '댓글공작 외곽팀' 피의자 구속영장 연속기각 사태 때처럼 이번 일로 법원과 검찰간 갈등이 재발할 소지도 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박찬호 2차장 명의로 "법원 결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즉각 강력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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