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허무한 패배 탓일까.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오히려 허허 웃고 말았다.
세트 스코어 0-3패. 외국인 선수 화력대결은 물론, 국내 선수의 대결에서도 완패했다. 더욱이 블로킹은 2-12로 더 일방적이었다. 이정철 감독에게 2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도드람 2017~2018 V-리그’ 여자부 2라운드는 뭐 하나 되는 것도 없는 허무한 경기였다.
경기가 끝난 뒤 이정철 감독은 선수들에게 한참 동안 잔소리를 쏟아냈다. 그리고는 ‘완패’, ‘엉터리', ’최악’ 등의 표현으로 이날의 경기력을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은 우승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현대건설에 압도당했다. 이정철 감독에게 2017년 11월 22일은 최근 수년 중 최악의 하루로 기억에 깊게 새겨졌다.
이정철 감독은 “어떻게 이런 경기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아무리 머리로 이해해도 소용이 없다. 몸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다. 다시 시작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정철 감독은 블로킹의 일방적인 열세를 예로 들었다. 그는 “상대가 정상적으로 때리지 못하는 공격도 블로킹을 해야 하는데 공을 찾지 못하고 엉뚱한 흉내만 내고 있다”면서 “이건 하기 싫은 것이 아니고 자기 판단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흉내만 내는 수준에 그치다 보니 상대가 너무나 쉽게 경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정철 감독은 아직 ‘희망’을 이야기했다. “사실 현대건설은 우리보다 우승에 근접한 팀”이라며 “그러다 보니 이 경기 전에 했던 GS칼텍스나 KGC인삼공사 경기가 더 아쉽다. 다음 경기에서 승리하면 다시 3, 4점 차다.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내일 아침부터 다시 훈련하겠다”고 강한 채찍질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