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 "환자 인권 지키는 것은 '목숨 구하는 일'"

일부 정치권서 '인권침해' 논란 일자 2차 브리핑에서 심경 토로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이 22일 오전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아주홀에서 브리핑을 취소한 뒤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은 22일 환자 인권침해 논란이 이는 것에 대해 "우리는 칼을 쓰는 사람이며, 가장 단순하면서도 굉장히 전문화된 일에 특화된 사람들"이라며 "말이 말을 낳는 복잡한 상황을 헤쳐나갈 힘이 없다.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2차 브리핑을 열고 "우리 병원 중증외상센터에는 북한 군인 말고도 환자 150명이 더 있다"며 "북한군 환자에 대한 저희 의사 입장에서 봤을 때 환자의 인권을 가장 지키는 중요한 방법은 '목숨을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5일 열린 1차 브리핑에서 "귀순 병사의 몸에서 기생충이 내장을 뚫고 나왔다"며 구체적인 환자 상태를 공개한 것을 두고 일부 정치권에서 인권침해 비판이 일자 불편한 심경을 토로한 것이다.

앞서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몸 안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공개돼 인격 테러를 당했다"며 "귀순 병사는 인간의 정상성을 상실하고 말았다"고 이 교수를 비난했다.


이날 이 교수는 의료계 일부 의사들이 "별 것도 아닌 환자를 데리고 '쇼'를 한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가 구출된 '아덴만 영웅' 석해균 선장의 수술 장면을 담은 프레젠테이션(PPT)를 언론에 공개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교수는 PPT를 통해 석 선장의 몸에 난 총상과 수술 후 고름으로 붕대가 부풀어오른 사진을 비롯해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헬기를 타고 병원을 찾는 긴박한 모습 등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교수는 중증외상 의료계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나도 출동하면서 어깨가 부러진 적이 있고 간호사가 수술 중 유산한 적도 있다"며 "환자의 인권침해를 말하기 전에 중증외상센터 직원들도 인권 사각지대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을 언론인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이 교수는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상태에 대해서는 "환자의 의식이 명료하며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공식 확인했다.

그러면서 "우리 북한 청년은 비록 북에서 왔지만 국민여러분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자기 팔 찔려가면서 수혈한 혈액 1만2000CC, 대한민국 국민이 수혈한 피가 몸 속에서 세 번 돌아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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