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에 텀블러 폭탄' 연세대 대학원생 징역 2년

재판부 "폭발물 상자에 '감사합니다' 메모지 붙이는 등 치밀한 계획…죄질 불량"

서울 연세대 사제폭탄 피의자인 김모씨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텀블러 폭탄'을 만들어 지도교수를 다치게 한 연세대 대학원생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김양섭)는 폭발성 물건 파열치상 혐의로 기소된 대학원생 김모(25)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다고 22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 6월 13일 나사와 화약 등을 텀블러에 담아 만든 '폭발성 물건'을 자신의 지도교수인 A(47)씨 연구실 앞에 두고 가 이를 열어본 A교수가 얼굴과 목 등에 2도 화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연구 과정에서 자주 질책을 받는 등 모멸감을 느낀 김 씨가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했고, 피해자의 경계심을 늦추기 위해 폭발성 물건을 담은 종이상자 위에 '항상 감사합니다'라는 메모지를 부착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고, 피해자인 A교수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거듭 표시하는 점,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은 피고에 유리한 정상"이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김 씨가 만든 '텀블러 폭탄'이 '폭발성 있는 물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중요 쟁점으로 삼았다.

김씨 측 변호인은 재판에서 "범행 당시 사용한 텀블러가 제대로 폭발하지 않았고 화약이 연소하면서 교수가 다친 것이므로 단순 상해 혐의만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텀블러의 폭발력이 커지지 않은 것은 초여름 날씨에 김 씨 체온으로 가방 속에 들어있던 텀블러의 접착력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라며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씨가 직접 제작한 텀블러와 같은 방법으로 만든 텀블러 등으로 시험한 결과 김씨가 내부에 넣은 화약량은 생명, 재산 등에 위험을 줄만한 폭발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덧붙였다.

즉 재판부는 '텀블러 폭탄'이 날씨와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니었다면,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폭발성 있는 물건'이라 판단한 것이다.

김 씨는 지난해 9월부터 논문 작성 과정에서 지도교수로부터 지속적인 질책을 받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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