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희비 뒤섞인 임대 아파트 입주 "대피소 보다야 낫지만…"

이주한 LH 아파트에도 금 가 불안…다른 이재민에게 미안한 마음

22일 포항 지진 이재민들이 임대 아파트로 이삿짐을 옮기고 있다.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 이재민들이 22일부터 LH 임대 아파트로 거처를 옮기기 시작했다.

이날 환호동 대동빌라 22가구는 임대 아파트인 장량동 LH 휴먼시아로 이사했다.

30년간 살던 집을 떠나게 된 한 이재민은 현장을 지켜보며 연신 '아이고'를 연발했다.

혹시라도 이사 중 충격이 더해져 피해가 심해지지 않을까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포항시와 이삿짐센터 등에 따르면 다행히 짐을 옮기면서 건물 피해로 인한 불편이나 위험 상황은 따로 발생하지 않았다.

오전 7시부터 진행된 10여 가구의 이사는 정오쯤 돼서야 마무리됐다.

남은 짐 정리에 분주해진 주민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수심이 가득했다.

그나마 빨리 거처를 얻게 됐다는 기쁨도 잠시, 이들의 얼굴엔 여진에 대한 불안함과 갑작스런 이사로 인한 당혹감이 서려있었다.

홀어머니의 이사를 도우러 온 아들은 "오늘 입주하려고 와보니 임대 아파트 곳곳에 금이 가 있었다. 여기도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그의 어머니는 "대피소에 있는 사람들보다야 낫겠지만 여기도 내 집은 아니지 않냐.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22일 포항 지진 이재민 입주가 시작된 LH 임대 아파트.
30년 동안 대동빌라에 살았다는 안분혜(59) 씨는 "내 집도 아닌데 마음이 편할 리 없지 않나. 그야말로 날벼락"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안 씨는 "지진 때문에 냉장고가 파손돼 당장 밥을 해먹기도 어렵다. 갑작스럽게 이사하게 돼 가구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이사를 맡은 한 이삿짐 센터 업체 직원은 "20여년간 이사일을 했는데 이런 경우는 입주자가 정말 힘들 거다. 수납할 가구도 없는데 정리가 되겠냐"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들은 기존에 살던 집보다 10여 평이나 좁은 곳으로 이사해 살림살이 보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대 아파트로 거처를 옮긴 이재민들은 가장 먼저 거처를 마련했다는 생각에 마음도 편치 않아 보였다.

일부 이재민은 여전히 대피소에서 고생 중인 이재민들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재민 김희숙 씨는 "일주일이 1년 같았다. 다른 이재민들도 꼭 빨리 제대로 된 거처로 옮기면 좋겠다. 정부에서 약속한 만큼 꼭 그렇게 될 거라 믿는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한편 이날 오후 남은 대동빌라 10여 가구의 이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오는 주말에도 대동빌라 3가구가 연일과 오천의 임대 아파트로 입주할 계획이다.

피해가 심한 대성아파트의 경우 이르면 다음주 중 입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LH 임대 아파트 입주 현장을 찾은 이강덕 포항시장은 "오늘 첫 입주를 신호탄으로 이재민들의 장기적인 주거 안정을 위해 LH의 협조를 얻어 전세자금융자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즉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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