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21일 롯데에서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포수 강민호와 4년 총액 80억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계약금 40억 원과 연봉 10억 원 조건이다.
FA 시장에 역대급 사건으로 기록될 만한 계약이다.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이적 자체가 충격이다.
강민호는 롯데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선수다. 2004년 2차 3라운드로 입단한 강민호는 14년 동안 거인 군단의 안방마님으로 활약해왔다. 첫 시즌에는 3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2005년부터 양상문 당시 감독(현 LG 단장)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주전 마스크를 꿰찬 뒤 줄곧 사직구장의 터줏대감으로 군림했다.
통산 1495경기를 롯데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타율 2할7푼7리 218홈런 778타점 1345안타가 자이언츠 소속의 강민호가 올린 기록이다. 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날릴 만큼 리그 최고의 공수 겸장 포수인 강민호에 부산 팬들은 '롯데의 강민호'라는 리그에서 가장 보편적인 응원가를 붙여줄 만큼 뜨거운 애정을 보였다.
그런 강민호를 데려온 삼성 구단의 행보가 기민했다는 뜻이다. 롯데를 떠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대체 불가 전력이었기 때문이다. 보상 선수를 빼도 보상금 20억 원을 롯데에 줘야 하는 삼성은 100억 원을 이번 영입에 쓰는 셈이다.
한데 삼성의 선택은 포수 보강이었다. 야구계의 허를 완전히 찌른 한 수였다. 롯데와 강민호의 결별을 상상하기 어려웠던 만큼 삼성에는 이지영이라는 간판 포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2008년 육성 선수 출신인 이지영은 2013년부터 삼성의 주전 포수로 활약했다. 2015년 타율 3할5리, 지난해 2할9푼7리로 방망이도 수준급이었다. 다만 올해 타율 2할3푼8리로 주춤했고, 2년 연속 팀의 9위인 성적에서 자유로울수 없었다.
삼성은 강민호와 계약 발표 뒤 곧바로 FA 시장에서 철수했다. 홍준학 단장은 21일 "이제 외국인 선발 투수와 2차 드래프트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발빠르게 치고 빠진 셈이다.
그렇다면 남은 FA 대어들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삼성이 빠지면서 행선지가 줄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오히려 복잡했던 FA 시장의 실타래가 풀릴 수도 있다.
현재 남아 있는 FA들, 특히 외야수에 관심을 보이는 팀은 LG, 두산 정도다. 해외파 내야수 황재균이 kt로 안착할 당시 LG는 외야를 보강할 뜻을 내비쳤다. 두산은 민병헌이 FA로 풀린 가운데 메이저리그(MLB)에서 돌아온 김현수 중 저울질을 하는 가운데 현재 팀에도 외야 자원이 많은 점이 변수다.
삼성이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상대적으로 FA 외야수들의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매자가 적어지니 당연하다. 손아섭이 MLB 진출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하지만 결국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삼성의 강민호 영입이 FA 대어들에게 유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변수는 강민호를 잃은 롯데다. 손아섭마저 팀을 떠날 경우 롯데가 전격 FA 시장의 외야수 영입전에 뛰어들 수 있다. 과연 강민호의 삼성 이적이 올해 FA 시장에 어떤 파급 효과를 낳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