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기 선동열 호가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17'을 마치고 돌아왔다. 결전지였던 일본 도쿄를 떠나 20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선동열 감독 이하 주장 구자욱을 비롯한 25명 선수들이다.
APBC는 한국과 일본, 대만 등 3개 프로야구 리그에서 24살 또는 경력 3년 이하 선수들이 자웅을 겨룬 대회다. 한국은 개막전에서 일본에 연장 끝에 7-8로 역전패했으나 대만을 1-0으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한껏 자신감이 오른 선수들은 설욕을 다짐했으나 개최국 일본에 0-7 패배로 초대 챔피언 자리를 내줬다.
다만 한국은 유일하게 나이, 경력과 관계 없이 뽑을 수 있는 와일드카드(WC) 3장을 쓰지 않았다. 일본이 개막전 2점 홈런의 주인공 야마카와 호타카(26·세이부)를 비롯해 3명을 뽑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무엇보다 KBO 리그의 젊은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우물 안에서' 빠져 나왔다. 자국 리그의 좁은 테두리 속에서 나름 한가락 한다는 선수들이었지만 국제대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귀국한 선수들은 저마다 자기 반성을 내놓기에 바빴다. 그러면서 절치부심 다음에 이뤄질 재대결에 대한 설욕을 맹세했고, 그러기 위한 단련도 다짐했다.
막내 이정후(넥센)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더 발전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후는 일본과 개막전 2타점 2루타, 대만전 결승 1타점 3루타로 맹활약했다. 대만전 이후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예선에서 봐준 것들을 무찌르겠다"고 사자후를 토하기도 했다.
4번 타자 김하성(넥센)도 "팀이 패했고 나도 결정적일 때 일본 투수를 공략하지 못했다"면서 "일본 투수들의 공이 너무 좋았고 실력으로 졌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일본과 개막전에서 홈런을 때려낸 김하성은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또 만났으면 좋겠다"면서 "그땐 꼭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KBO 리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타고투저'가 기승을 부렸다. 때문에 타율 3할 타자들이 넘쳐났다. 올해 규정타석을 채운 47명 중 무려 33명이 타율 3할 이상이었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은 실제로 그 정도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거품이 낀 게 사실로 드러났다. 같은 맥락으로 투수들은 더욱 제구력 등 정교함의 차이를 절감했을 터.
APBC를 통해 완전히 껍질이 깨진 KBO 리그의 영건들. 안에서 깨지는 못한, 타의에 의한 각성이지만 어떻게 이를 받아들여 극복하고 성장하느냐는 자신에 달렸다. 우승컵 대신 엄청난 동기 부여를 안고 돌아온 선동열 키즈들의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어쩌면 선 감독이 노린 'WC 배제'의 진짜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