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도 공수처 재검토 들어갔지만…여야 '동상이몽'에 갈길 멀어

"이제는 마무리하자"…靑 나섰지만 국회 법사위 논의는 '첩첩산중'

검찰 개혁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논의가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당정청이 "이제는 마무리할 때가 됐다"며 설치 의지를 재확인했고, 자유한국당도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수처 법안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수처장 추천권을 비롯해 여야간 입장차가 현저히 달라 논의가 진척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조국 "마무리할 때 됐다"…당정청, 공수처 강력한 의지 재확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청와대, 정부, 더불어민주당 대표들은 20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어 공수처 설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청와대에서는 조국 민정수석이 참석해 "검찰 개혁을 위해 많은 논의가 있었고 이제는 마무리 할 때가 됐다"고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회 법사위에서 지지부진한 공수처법을 올해 안에 최대한 통과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당정청은 기본적으로는 법무부에서 마련한 안을 존중하고, 권한 남용 방지 등의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당정청 회의가 끝난 뒤 결과 브리핑에서 "공수처 설치는 국민의 86% 이상이 찬성하는, 온 국민의 여망이자 촛불 혁명의 요구로 반드시 실현돼야 하는 국정과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당정청이 협력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며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한 살아있는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기구이자 검찰개혁을 위한 기구로, 현 권력에 대한 소금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야당의 전향적인 입장 전환을 호소했다.

◇ 한국당도 檢 칼날에 공수처안 재검토…여야 입장차 커 법사위 합의 어려워

주목할 점은 자유한국당에서도 법사위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수처 법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당은 최경환 의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수사, 원유철 의원의 뇌물 혐의 수사 등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당이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이에 법사위원들을 중심으로 "정권에 충성하며 표적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소불위 검찰 권력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공수처 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권성동 법사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의 대전제는 공수처장 추천 권한을 야당이 전적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주장하는 공수처 법안은 한쪽 칼도 모자라 양 손에 쌍칼을 쥐겠다는 것으로 절대 반대한다"면서도 "다만, 공수처장 추천권을 야당이 갖고 검찰에 대한 견제를 확실히 할 수 있다면 안을 검토할 수 있지 않겠냐는 여론도 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당이 공수처장 추천권 주장하는 이상 국회에서 현실적으로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법사위 의원은 "박영수 특검처럼 일부 야당 추천 몫으로 한 경우는 있었지만 특검은 말 그대로 기간이 한정된 특별 기구이고, 공수처는 상설 기구"라며 "책임 행정의 측면에서도 공수처장을 야당이 임명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수처장 추천권 뿐 아니라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나, 규모, 권한 통제 장치 등에 대해서도 민감한 쟁점들이 산적해 있다.

국회 법사위에서는 전원합의 의결을 관례로 하는 만큼 여당이나 야당이 일방적으로 추진을 강행하기 어렵다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 관계자는 "공수처 법안을 어느 한 쪽을 무시하고 표대결로 처리한다면 국회의 다른 법안들도 올스톱될 것"이라며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겠지만 합의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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