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주재 하에 당 지도부가 불순한 태도를 문제 삼아 군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을 진행 중"이라며, "20년 만에 처음"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총정치국장 황병서와 제1부국장 김원홍을 비롯해 총정치국 소속 장교들이 처벌 받았다는 첩보가 입수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 국정원의 설명이다.
김병기 의원은 "이 둘(황병서와 김원홍)이 처벌될 정도면 그 밑의 장교들에 대한 처벌도 뒤따랐을 것"이라면서 "군에 대한 당의 우위를 확인하는 전통적인 방법이긴 한데 그렇다고 군 전반에 대해 대대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딱 이것만 문제 삼아서 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입수한 것이 말 그대로 첩보인 만큼 북한 내부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기는 어렵지만,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은 지난 10월 7일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대대적인 인사 및 조직 개편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았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10월 10일 당 창건일을 앞두고 7일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어 '조성된 정세에 대처한 당면한 몇 가지 과업'과 '조직문제'에 대해 토의하고 결정서를 채택한 바 있다.
이 회의에 대해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비상시국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회의의 성격"으로 파악하면서 "김정은 체제 재정비를 통한 '지구전(持久戰)' 준비를 시사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압박이 갈수록 강화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사 개편에 이어 북한을 지탱하는 군부에 대한 당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인민군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국정원 첩보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검열을 주도한 인물이 최룡해이고, 총정치국 간부들의 '불손한 태도'가 검열 사유로 제시됐다는 점이다.
최룡해는 지난 10월 7일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근로단체 담당),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위원회 위원,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등 6개 보직에 이어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과 당 부장으로도 임명돼 모두 8개의 공식 보직을 맡게 됐다.
이에 따라 최룡해는 당·정·군을 아우르는 핵심실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왔고, 노동당의 최고 핵심 요직인 조직지도부장에 임명됐을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장기 지구전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10월 전원회의를 통해 대대적인 인사 개편이 이뤄졌고, 여기서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으로 임명된 것으로 추정되는 최룡해가 군부에 대한 기강을 잡기 위한 첫 조치로 총정치국 검열을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총정치국 검열이 최룡해와 황병서 등 북한 권력 엘리트 간의 권력 투쟁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전문가가 많았다.
한 북한 전문가는 "황병서는 정치적인 인물이라기보다는 최고 지도자의 말을 잘 수행하는 관료형 인물"이라며, "검열 사유로 언급된 '불손한 태도'의 사례가 실제 있을 수도 있지만, 그 보다는 김정은 유일영군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대비하기 위해 군 기강을 한번 다 잡는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노동당 총비서 추대 20주년 중앙경축대회 녹화 실황을 보도하면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 최룡해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총리,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순으로 참석자를 호명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전까지는 김영남-황병서-박봉주-최룡해 순서로 호명했는데 황병서가 뒤로 밀린 셈이다. 호명의 순서가 바뀐 것이 이번 총정치국 검열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무튼 황병서는 지난 10월 13일 북한 매체에 군 총정치국장 직책으로 등장한 이후 북한 매체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첩보로 입수한 처벌 수준이 숙청인지 아니면 단순 혁명화 교육 수준인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