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된 수능, 비상대책에도 혼란 불가피할 듯

수능시험을 앞두고 시험 준비중인 수험생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포항 지진으로 대입수학능력시험(수능)이 일주일 연기되고 비상대책까지 마련됐지만 실제로 수능 당일 지진이 발생할 경우 시험 시간 설정 및 재시험 여부를 두고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20일 발표한 수능비상대책에 따르면 포항 지역 기존 수능 시험장 14곳 가운데 4곳이 바뀐다. 포항고와 포항장성고, 대동고, 포항여자고 등은 포항제철중, 오천고, 포항포은중, 포항이동중으로 변경된다. 기존 시험장이 구조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수험생들의 불안감과 포항권역 외 이동에 따른 부담감을 고려해 포항 지역내 지진 피해가 덜한 남부지역 4개교로 변경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또 포항 인근 영천과 경산 지역에 별도의 예비 시험장 12곳을 마련해 두었다.

교육부는 오는 22일 오후 2시 기존 시험장(15일 실시된)에서 예비소집을 재차 실시한다. 포항 지역 수험생들이 주의할 점은 예비소집 시간을 기준으로 시험장이 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 예비소집일인 22일 0시부터 예비소집 시간인 오후 2시 이전에 추가 여진이 발생하면 경북 교육청은 영천과 경산 등 포항 밖에 있는 예비시험장에서 수능을 실시할지를 결정해 비상연락망으로 학생들에게 개별 통지하고 학생들은 시험장으로 개별 이동한다.

예비소집 이후 수능 당일 시험시작 전에 여진이 발생하면 포항 시내 시험장에 모여 준비된 차량으로 포항 밖 예비시험장으로 단체 이동한다.

시험 도중 지진이 발생하면 포항 관내 시험장에 시험을 치른다 다만 지진이 경미한 경우 ①시험을 계속 치르거나 ②시험을 일시 중단하고 책상 밑으로 대피했다가 시험을 재개할 수 있다. 지진이 심할 경우에는 ③시험을 중단하고 교실 밖(운동장)으로 대피하는데, 이 경우 해당 시험장의 수험생 성적은 무효처리된다.

①, ②의 조치는 시험실 감독관이나 시험장 책임장(학교장)이 취할 수 있으며 ③은 시험장 책임자(학교장)가 권한을 갖고 있다.

②의 경우 책상 밑 대피 조치가 취해지면 시험실 감독관→복도 감독관→층별 감독관의 단계를 거쳐 시험장 책임자(학교장)에게 각 시험실별 상황이 보고된다.


책임자는 시험실별 상황과 이후 기상청에서 통보되는 경보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험을 재개하거나 운동장 밖 대피를 결정하게 된다.

교육부는 시험 도중 여진 발생 시 대처는 현장의 판단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여진이 감지되면 위로부터 지시가 없더라도 시험실 감독관(2명)이 '책상 밑 대피'를 수험생들에게 지시할 수 있다.

이 경우 시험실 별로 시험 지속 여부나 대피 시간 상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데 책임자가 상황을 판단해 시험재개시각과 종료 시각을 공정하게 정하기로 했다. 다만 시험이 종료되더라도 맨 나중에 시험이 종료되는 시험실에 맞춰 나머지 시험실도 퇴실하지 말고 대기해야 한다.

③의 경우는 시험장 책임자의 권한이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운동장 대피 여부(시험중단 여부)는 시험장 책임자가 결정하기는 하지만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등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운동장 밖 대피가 이뤄질 경우 해당 시험장의 수험생들의 수능 성적은 무효처리된다는 점.

천재지변으로 일부 지역 수험생들의 수능 성적이 무효처리되면 교육부는 전국적으로 재시험을 치러야 할지 아니면 무효처리된 수험생에게만 적용되는 평가방법을 도입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능을 전국적으로 다시 치르기는 불가능하다. 수능 출제에만 적어도 60일이 필요해 전체 대입일정이 뒤로 밀릴 수 밖에 없고 대학 학사 일정까지 차질을 받게 된다.

교육부는 재출제는 물론 재연기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없다고 못박고 있다. 이진석 교육부대학정책실장은 "수능이 무효처리될 경우 해당 학생들을 어떻게 할지는 내부 방침이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떤 방안이라 하더라도 수능이 무효가 될 경우 수능의 민감성을 감안할 때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②의 경우라 하더라도 시험실 별로 편차가 생기면 수험생들의 문제제기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험장 책임자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얼마나 신속하고 책임있게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확실하지 않아 보인다.

구체적인 매뉴얼이 지난 주말에야 완성됐기 때문에 시험실 감독관이나 시험장 책임자가 이를 숙지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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