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데이터 내놔" 美 FBI, 애플에 수색영장 통보

애플, 텍사스 총격범 아이폰SE 잠금해제 요청 거부해

지난 5일 미국 텍사스 주 교회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사건의 범인이 사용한 아이폰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텍사스 레인저스가 애플에 대한 수색영장을 발부 받은 것으로 확인돼 향후 애플의 행보가 주목된다.

사건을 수사중인 FBI와 텍사스 주 레인저스는 총격범인 데빈 켈리가 사용했던 아이폰 데이터에 접근하기 위해 애플에 협조를 요행했고, 애플이 이를 수용했다는 보도가 9일 나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IT 매체 테크스팟은 19일(현지시간) FBI와 레인저스가 사건발생 직후 범인으로부터 확보한 아이폰의 잠금해제를 위한 협조를 애플에 요청했지만 사용자의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애플이 이를 거부하면서 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전했다.

데빈 켈리가 사용한 아이폰 기종은 2016년 9월 출시된 중저가 모델 아이폰SE로 지문인식 터치ID가 적용되어 있다. 애플의 잠금기능은 패스워드를 10번 이상 잘못 입력하면 모든 정보가 삭제되고, 지문 인식도 48시간 이내 사용하지 않으면 패스워드 입력 모드로 돌아가는 등 보안기능이 철저한 것으로 유명하다.

FBI는 지난 2015년 12월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에서 14명을 숨지게 한 사예드 파룩 부부의 총기 테러 사건 당시 범인이 가지고 있는 아이폰5c에 저장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애플에 백도어 접속방법을 요구했지만 애플이 거부하자 법적다툼까지 벌인 바 있다.


그러나 FBI가 민간 포렌식 업체를 통해 아이폰5c 잠금해제에 성공하면서 애플과의 소송을 취하했다. 어떤 업체와 협력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스라엘 포렌식 전문 업체인 셀레브라이트(Cellebrite)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FBI는 안드로이드 기기와 달리 애플 iOS 기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데이터 확보나 잠금해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4월 당시 FBI 제임스 코미 국장은 오하이 주캐년대 미국 민주주의 연구센터가 주최한 '프라이버시의 기대: 암호화, 사찰 그리고 빅데이터' 세미나에서 "FBI가 구입한 툴을 이용해서는 아이폰5S 또는 최신형 아이폰을 해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세미나에서 코미 국장은 "iOS 9이 설치된 아이폰5c의 잠금을 해제했다. 우리는 좁은 범위의 휴대전화에서 작동하는 툴을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가 애플에게 보안 취약점에 대해 말해주면 애플은 그것을 고칠 것이고, 우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되기 때문에 우리는 (통보해야할 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플이 OS를 업데이트 하면서 이같은 잠금해제는 사실상 불가능지면서 이때문에 수색영장을 발부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기술업계의 분석이다.

텍사스 주 총격사건을 수사중인 FBI 특수요원 크리스토퍼 콤스는 "불행하게도 현재 우리는 범인의 전화기를 들여다 볼 수 없다"며 "기술과 암호화, (개인정보 강화)법률의 발전으로 주가 됐던 연방이 됐던 이런 전화기에 점점 더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FBI가 델리 케일의 지문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 개인 의사에 반하는 생체 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총격범 데빈 켈리의 아이폰SE와 아이클라우드(iCloud) 계정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은 뒤 애플에 수색영장을 고지했지만 애플은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수색영장이 지난 샌버너디노 총격사건과 마찬가지로 FBI와 애플의 법적다툼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애플은 당시 특정 아이폰의 보안을 우회하는 '백도어'(뒷문)를 만드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 등에 있어 부작용이 크다며 법원 명령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애플은 ▲FBI의 명령은 과거 설정한 선례를 훨씬 뛰어 넘는다 ▲애플을 비롯한 기술 산업 전반에 과도한 부담이 된다 ▲이번 선례는 이 사건의 범위를 벗어나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유린할 수 있는 무제한적인 권한을 부여하게 될 것 ▲FBI의 명령은 매우 불법적이다. 무엇보다 이것은 의회가 입법 할 문제이지, FBI나 판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수색영장은 총격범이 사용한 아이폰SE 외에도 LG전자의 피처폰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 시절 미국 사법당국에 최대 70개 이상의 아이폰 잠금해제를 도운 바 있다며, 2013년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국가기관의 도·감청 실태를 폭로한 이후 애플이 보안 강화에 나서면서 수사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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