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이종범 코치는 타구가 외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두 팔을 벌려 환호하며 베이스를 돌았다. 비록 3루를 파고들다 아웃됐지만 전혀 아쉬움이 남지 않는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이제 이종범 코치의 아들 이정후가 11년 만에 역사 재연에 도전장을 던졌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17' 결승전을 치른다. 지난 16일 개막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7-8로 패한 한국은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설욕을 노린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의 언론이 가장 주목한 한국 선수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였다. 일본 언론은 "이정후가 과거 주니치 드래건즈에서 활약한 아버지 이종범 코치와 함께 대표팀의 일원으로 대회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전을 중계한 일본 해설진은 "이정후는 나고야에서 태어나 3살 때까지 일본에서 생활했다"며 "KBO리그에서 179안타로 신인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우며 신인상을 차지했다. 고졸 루키 선수로는 믿어지지 않는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아버지를 뛰어 넘는 선수로 성장할 것 같다"고 소개하며 '골든보이'라는 칭호까지 달았다.
단순히 이 코치의 아들이라 주목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정후는 대회에서 아버지의 후광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정후는 개막전에서 3회초 4-1로 달아나는 2타점 적시타를 터트리며 일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17일 대만과 경기에서는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6회말 2사 1루에서 승부의 균형을 깨트리는 1타점 3루타를 터트렸다. 한국이 대만에 1-0으로 이기면서 이정후는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2경기 연속 타점으로 기세를 끌어올린 이정후는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일본을 무너뜨릴 기회를 엿본다.
이정후는 "일본과 개막전이 끝나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며 "설욕의 기회를 잡았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일본 대표팀을 향한 일방적인 응원도 오히려 이정후에게는 반갑다. 이정후는 "나는 관중이 많으면 오히려 성적이 더 좋다. 누구를 응원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것이 즐겁다"라고 말했다.
아버지를 뛰어넘는 아들로 평가받는 이정후. 과연 그가 11년 전 아버지의 모습을 재연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