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선발진만 좋은 게 아니었다. 허리를 든든하게 책임지는 마타요시 가쓰키(주니치), 곤도 다이스케(오릭스)와 함께 확실한 마무리 투수 야마사키 야스아키(요코하마)도 버티고 있었다.
한국이 가장 고민했던 부분도 일본의 투수진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였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한국 타자들은 어렵지 않게 일본 투수들의 공에 적응했다.
한국 타선은 대회 개막전인 한일전에서 일본의 선발로 나선 야부타를 조기 강판시켰다. 초반에는 애를 먹었지만 한 차례 공을 본 뒤에는 공격적인 배팅으로 안타를 뽑아냈다. 4번 타자 김하성(넥센)은 대회 1호 홈런을 야부타한테 뺏어냈다. 비록 연장 접전 끝에 패했지만 일본 투수를 상대로 7점이나 뽑은 점은 분명 긍정적이었다. 데이터와 영상을 바탕으로 철저한 분석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다.
그러나 너무 일본 투수만 신경을 썼던 것일까.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대만과 경기에서는 쉽사리 투수를 공략하지 못했다.
17일 도쿄돔에서는 한국과 대만의 'APBC 17' 조별예선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1패를 떠안은 한국은 결승 진출을 위해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전력을 생각한다면 한국의 여유 있는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는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더욱이 대만 선발 천관위를 공략하지 못해 좀처럼 점수를 챙기지 못했다.
일본 무대에서 뛰는 천관위는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대만을 일찌감치 한국전 선발로 천관위를 낙점한 상태였다. 아시안게임과 WBC에서 한국을 상대해봤고 국제경험도 풍부해 한국전 선발로 적격이라는 판단에서다.
올 시즌 성적은 3승 4패 평균자책점 3.29다. 일본 선발 투수들과 비교하면 분명 낮은 레벨의 투수였다. 한국이 충분히 두들길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날 한국 타선은 천관위에 적잖이 고생했다. 5회까지 단 2개의 안타만 뺏어냈다. 점수는 챙기지 못했다.
굳건하던 천관위를 무너뜨린 것은 '바람의 손자' 이정후(넥센)였다. 이정후는 김하성의 볼넷 출루로 만들어진 2사 1루 상황에서 천관위의 107km짜리 커브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맞추는 큼지막한 3루타를 날렸다. 그 사이 김하성이 홈을 밟았다. 귀중한 선취점이 나온 순간이다.
한국 타선을 요리하던 천관위도 이 안타 하나에 결국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날의 성적은 5⅔이닝 3피안타 6탈삼진 4볼넷 1실점이다. 정확히 100개의 공을 던졌다.
천관위가 내려갔지만 한국은 추가점 사냥에 실패했다. 다행인 점은 선발 임기영이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대만 타선을 잠재운 부분이다.
결국 한국은 이정후의 타점을 마지막까지 잘 지켜 1-0 승리를 거뒀다. 한국의 결승전 진출 여부는 18일 열리는 일본과 대만전 경기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