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원인에 대한 논란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980년부터 강진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14일까지 38년 간 포항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모두 41차례다.
이중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한 북구에서는 단 10차례만 관측됐고, 나머지 31차례는 모두 남구 쪽에서 일어났다.
북구에서 발생한 10차례의 지진 중에서도 4차례는 바다에서 일어나, 지난 38년 간 포항시 북구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은 6차례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5시 31분쯤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역에서 규모 2.2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에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한 지점과 같은 곳이다.
이어 6일 뒤인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9시 32분에는 정확히 같은 지점(북구 북쪽 9㎞)에서 규모 2.3의 지진이 관측됐다.
지난 38년 간 같은 지역에서 지진이 일어난 적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이상 증상은 4달 뒤인 지난 4월 또 다시 나타났다.
4월 15일 오전 11시 31분쯤 포항시 북구 북쪽 8㎞지역에서 규모 3.1의 지진이 일어났고, 같은 날 오후 5시 16분에는 같은 지점에서 규모 2.0의 지진이 관측됐다.
4개월 사이에 4차례의 지진이 같은 지점에서 나타난 것이다.
이어 지난 15일 오후 2시 22분 32초와 44초에 규모 2.2와 2.6의 전진이 잇따라 일어났고, 7분 뒤인 오후 2시 29분 31초에는 규모 5.4의 본진이 발생했다.
상당히 이례적인 지진 발생 패턴이지만 기상청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이례적인 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울산이나 강원도 동해 쪽에서도 비슷한 지점에서 4~5차례 지진이 잇따라 발생한 경우가 있었다"면서 "지질학적 관점에서는 앞서 발생한 몇 차례의 지진을 강진발생의 전조라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지진과 관련해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이 지난해 발생한 경주 지진의 여파로 분석하고 있다. 경주 지진의 원인이었던 양산단층의 지류인 '장사단층'에서 발생했다는 추정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기존에 단 한 번도 보고된 적 없는 단층대를 따라 발생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열발전을 위해 지하 4.3㎞에 뚫은 시추공과 함께 지열발전소 물의 온도차로 인해 땅 밑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열발전소는 지하에 구멍 두 개를 뚫어 한 곳에 막대한 양의 물을 주입한 뒤, 지하에서 데워지면 나오는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발전을 한다.
경북대 지질학과 유인창 교수는 "외국의 경우 강진이 발생하기 전에 몇 달 전부터 같은 지점에서 약한 지진이 관측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동안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던 곳에서 지진이 일어난 만큼 좀 더 정확한 연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