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야당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운영위원회 출석을 종용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인사 난맥상을 꾸준히 문제 삼고 있어 파장이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도 예상된다.
청와대는 17일까지도 전 전 수석의 사퇴의사 표시 이후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전병헌 정무수석 사건이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 일어난 것도 아닌 만큼 검찰 조사를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청와대 현직 수석비서관의 지위를 이용해 롯데홈쇼핑에 압력을 행사하고 부적절한 금품을 수수한 게 아닌 데다, 혐의를 입증할 검찰 수사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만큼 개인이 충분히 해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안경환 법무부장관·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이어 전 전 수석까지 사퇴하면서 출범 6개월 만에 5명의 고위공직자 및 후보자가 중도낙마하게 돼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전반에 대한 비판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의 대물림'으로 국민정서를 자극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임명도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의 공세는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부는 후보 시절부터 줄곧 지난 보수 정부는 모두 적폐며 악(惡)으로 규정하고 자신들은 지고지선한 정권으로 포장해왔다"며 "하지만 전 수석의 사퇴를 통해 문재인 정부 실체의 일각이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공세를 예고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문재인 정부의 제1 목표는 적폐청산인데 진정한 적폐청산을 위해서는 자신이나 주변인에 대해 더 엄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청와대가 전 전 수석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 전 수석은 15일까지도 "사실규명도 없이 사퇴부터 해야 하는 풍토가 옳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며 사퇴불가를 시사하기도 했다.
검찰의 소환조사가 임박하면서 하루만에 입장을 번복해 사의를 표했지만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면담 이후에도 전 전 수석이 사퇴불가 입장을 표명했고, 직후 청와대는 "전 수석의 개인적인 입장이다. 경험이 많은 전 수석이 잘 판단하지 않겠냐"라고 말하는 등 다소 혼선도 빚어졌다.
특히 전 전 수석이 연루된 롯데홈쇼핑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해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미 예고됐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핵심 수석 인사가 적절했는지로도 불똥이 튈 수 있는 상황이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당에서 3선까지 한 전 전 수석이 공천이 안됐다는 건 이유가 있었기 때문 아니겠냐"며 "19대 의원 시절에도 지역구에서 이런저런 잡음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미 집권 여당 내부에서도 언젠가는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전 전 수석의 사퇴로 당장 예산안과 각종 개혁입법 처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문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해 여야 정치권과 가교 역할을 해야할 정무수석의 공석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물론 증세 논의와 부동산대책, 적폐청산 등 각종 개혁입법 처리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