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대표는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SAIS 한미연구소의 전문가 세미나에서 기조 연설을 통해 "남북의 소통이 완전히 끊어진 상황은 자칫 사소한 오해로도 큰 오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대화와 평화의 목소리는 더 높아져야 하며, 상대를 자극하는 아주 사소한 언행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핵-한반도 문제의 해결 원칙은 평화적 해법이어야 한다"면서 "북한 정권의 생존은 핵개발을 통한 '공포의 균형'이 아니라 비핵화를 바탕으로 하는 '공존의 균형'에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성과들을 언급한 뒤 "이명박·박근혜·새누리당 보수정권은 냉전 시대로 역사를 되돌리며 한반도에 울려 퍼지던 화해와 평화의 노래가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법은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의 책임 있는 정상들이 뜻을 같이하고 UN 등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주변 관계국들의 협조도 당부했다.
또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과 관련해서는 "한미 두 정상은 협의대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이 효과를 볼 때까지 지켜보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워싱턴 싱크탱크인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대표는 추 대표의 연설에 대한 소감과 함께 조언을 했다.
자누지 대표는 북핵 해법에 대한 자신의 분석을 야구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성과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남북정상회담이 홈런을 친 정도의 성과일지는 모르지만, 현 상황에서는 그렇게 뻥 날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작은 야구'(Small Baseball)를 하는 게 낫다"며 "공을 잘 던지고, 번트도 하고, 포볼(Four ball)도 하고, 도루도 해야 한다. 실수가 있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한국 정부가 한번에 큰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최대한 실수를 자제하는 한편 잦은 접촉과 소규모 전략 등을 통해 남북 관계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누지 대표는 "과거 미국과 베트남은 한 걸음씩 상호 조치를 취하면서 궁극적으로 외교·군사·경제 협력 관계를 복원한 바 있다"며 "북한과 관련해서도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로드맵의 최종 목적지에 대해서는 (한미 간) 합의가 필요하지만, 목적지를 향한 길은 다양할 수 있고, 합의할 필요가 없다 "며 "개인적으로 저는 대화를 위한 대화도 괜찮다고 본다. 일단 대화를 하면, 어디로 어떻게 갈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해야 하는 가장 분명한 이유는 지금 오해의 위험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 정부가 공개적인 수단을 통해서만 메시지를 전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북한과의 직접적인 대화 채널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대화의 채널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제안도 여러차례 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북한은 여태까지 이런 제안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런 점이 김정일과 김정은이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라며 "남북 간 대화는 한국 정치나 문 대통령의 의지 부재 문제가 아니고, 궁극적으로 북한 지도자 의지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세미나의 좌장 역할을 맡은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현 한미연구소장)는 "북한은 미국 본토를 대상으로 핵 공격에 취약한 상태로 만들고, 방어할 수 없도록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은 소련이나 중국이 했던 것처럼 억지와 봉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 등 어느 국가에서 (미국의 핵 확장) 억지 정책에 대해서 어떤 답을 하느냐에 따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부분에 굉장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1994년 북한의 핵개발 포기 등을 골자로 한 북·미 간 제네바 합의를 이끈 인물로, 미국의 유력 북한 전문가 중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