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조덕제 측 관계자에 따르면 조덕제는 어제(14일) 영진위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조덕제가 지난 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계 단체들과 전문인들의 사건 조사를 촉구한지 일주일 만이었다. 성추행 사건 관련해 억울한 부분이 있으면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제안이 언론에 '영진위가 조사를 시작한다'고 보도된 후, 영진위는 급박하게 조덕제와의 만남을 취소했다. 조덕제 측은 영진위의 달라진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조덕제 측 관계자는 "여배우 측에서 항의를 했다는 이야기도 있더라. 어떤 압박을 받아서 돌연 만남을 취소하겠다고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면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사건이지만 너무 여배우 입장에 치우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영화계 전반적인 검증과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조덕제에게 제안을 한 영진위 관계자에게 만남을 약속하게 된 과정과 결국 의견 청취를 취소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초반, 영진위 측은 먼저 조덕제에게 연락을 취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조덕제는 '영진위와 통화한 녹취록이 있다'고 맞대응했다.
영진위 관계자는 "영진위에서 먼저 연락을 취한 것은 맞다. 영화계 내에서 한 번 조덕제 쪽 이야기를 들어봐야 되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있었고, 우리도 사건 이후 조덕제 입장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억울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연락을 했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조덕제와의 만남은 '비공개'로 예정됐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영진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영진위 관계자는 "당연히 만나서 비밀리에 무언가를 하려는 건 아니었다. 기자회견에서 공식적으로 억울함을 표명하니 한 번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의미에서 제안했던 것"이라며 "어떻게 다뤄도 민감한 사안이고, 영진위와 여러 시민사회단체들과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비공개 만남을 제안했으며 당시에는 조덕제도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만남을 결정하자마자 언론 매체에 영진위에서 조사를 시작한 것처럼 보도가 나와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이 관계자는 "마치 한 쪽 입장을 대변하는양 공개가 됐으니 이제 조덕제 쪽 의견을 듣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비공개로 하자고 했던 점도 이런 사태를 우려했던 것"이라며 "여배우 쪽에서 항의전화가 왔다. 언제 진상조사위를 꾸리기로 했냐고 하더라. 이밖에 다른 단체에서도 항의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영진위 공정환경조성센터에서는 여러 사건을 조사하기도 하지만 일단 법원 계류 중인 사건은 원칙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올해 봄에 여배우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영진위에서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었다고.
영진위 관계자는 "우리는 어디까지나 중립적인 공공기관이라 진상조사위나 비대위를 꾸릴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이번 사건으로 그런 조사위가 꾸려진다면 조덕제가 원한 대로, 감독 등 전문인들이 속한 단체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