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압박·빌드업·리더십' 기성용이 보여준 묵직한 존재감

주장으로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준 기성용. (이한형 기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마지막 2연전.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부상으로 결장했다. 부상을 알고도 대표팀에 발탁해 동료들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다.


10월 유럽 2연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전에서 교체 투입됐고, 모로코전에서 선발로 나섰지만, 100% 컨디션이 아니었다.

기성용이 제대로 뛰지 못한 사이 대표팀은 비난의 화살을 온 몸으로 맞았다. 경기력 논란부터 거스 히딩크 감독 논란까지. 중요한 시점에 제대로 뛰지 못한 주장 기성용도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기성용이 제 모습으로 돌아왔다. 제 모습의 기성용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컸다.

기성용은 10일 수원에서 열린 콜롬비아전, 14일 울산에서 열린 세르비아전에 모두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했다. 콜롬비아전은 풀타임을 소화했고, 세르비아전에서도 85분을 뛰었다.

세르비아 주장 이바노비치와 신경전을 펼치는 기성용. (이한형 기자)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준 기성용의 존재감은 묵직했다.

콜롬비아는 물론 세르비아의 강한 압박을 이겨냈다. 상대가 달려든다고 급하게 공을 처리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였다. 때로는 최종 수비수로 변신해 콜롬비아와 세르비아의 공세를 막아냈다. 피지컬이 좋은 세르비아와 몸 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성용이 제 컨디션을 찾으면서 공격 전개가 제대로 이뤄졌다. 흔히 말하는 빌드업. 한국 축구의 공격력이 살아난 이유 중 하나였다.

최전방 투톱을 향해 정확한 침투패스가 날아갔고, 또 좌우 측면의 이재성(전북)과 권창훈(디종FCO)에게도 긴 패스가 속속 배달됐다. 상대가 공을 향해 몰리면 반대쪽으로 긴 패스를 날려 공간을 창출했다.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감싸고, 다독이는 역할도 기성용의 몫이었다. 콜롬비아전에서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이 쓰러진 김진수(전북)를 들어올렸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간 것도 기성용이었다.

사실 기성용은 여전히 무릎 치료를 받고 있다. 스완지시티에서 경기에 뛰면서 경기력은 올라왔지만,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 주장이 보여준 투지였다.

기성용은 "무릎 상태가 100%는 아니다.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 앞으로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면서 "팀에서 경기를 많이 뛰어 경기력은 문제가 없다. 월드컵까지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나뿐 아니라 팀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지금부터 시작이라 생각해야 한다"면서 "월드컵까지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조추첨도, 동아시안컵도 있는데 선수들이 잘 준비했으면 한다"고 주장다운 각오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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