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생일에 A매치 데뷔' 조현우의 특별했던 11월14일

프리킥을 막아내는 골키퍼 조현우. (이한형 기자)
신태용 감독은 세르비아전을 앞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주전 골키퍼 김승규(빗셀 고베)가 부상으로 세르비아전 출전이 불가능했기 때문. 남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조현우(대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태용 감독은 A매치 경력이 전무한 조현우를 세르비아전 선발로 냈다.

신태용 감독은 14일 세르비아전을 1-1로 마친 뒤 "조현우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10차전 훈련을 할 때도 좋은 몸놀림을 보였다. 워낙 중요한 경기라 그라운드를 밟게 할 수 없어 아쉬웠다"면서 "이번에 실험하지 않으면 계속 실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 스스로도 모험이었다. 김진현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조현우를 처음 출전시키면서 나도 긴장했다. 생각보다 훨씬 잘 해줬고, 침착했다. 좋은 선수"라고 말했다.

조현우는 K리그 클래식에서는 정상급 골키퍼다. 올해 9경기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공동 2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세 번째 골키퍼다.

자칫 포기할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조현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조현우는 "준비를 많이 했는데 실점해서 아쉽지만,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대구에 가서 준비를 잘 하겠다"면서 "그라운드에 서보니 정말 쉽지 않았다. 나에게는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고, 추억이기에 이걸 발판으로 다음에는 다 막아서 승리하겠다. 김해운 코치가 항상 누가 들어갈지 모른다고 경쟁심을 줘 준비는 잘 하고 있었다. 데뷔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2017년 11월14일. 조현우에게는 잊지 못할 하루다. 특히 11월14일은 아내의 생일이기도 했다. 아내는 8월 태어난 딸을 맡겨두고 조현우가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울산 문수축구장을 찾았다.

조현우는 "아내 생일인데 딸이 너무 어려서 혼자 왔다"면서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 빨리 커서 축구도 같이 했으면 한다. 아내도 생일을 축하하고, 오늘 와줘서 큰 힘이 됐다. 내가 경기를 잘 할 수 있는 계기였다. 고맙다"고 활짝 웃었다.

전반 26분 아뎀 랴이치(토리노)의 그림 같은 프리킥을 막아냈다. 코스를 예상한 움직임이었다. 후반 13분 역습 상황에서 랴이치에게 실점했지만,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조현우는 "대구에서 항상 준비했던 프리킥 상황이 나와서 고마웠다. 막을 거란 확신이 있었기에 좋은 선방을 했다"면서 "실점하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하지만 나에게 이 90분이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라 선수들과 끝까지 하자는 마음이 더 컸다"고 말했다.

여전히 넘버원 골키퍼는 김승규다. 하지만 조현우의 꿈도 끝은 아니다. 12월 동아시안컵 등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역전의 기회도 있다.

조현우는 "워낙 선수들이 다 좋아서 내 장점은 딱히 없는 것 같다"면서 "훈련할 때 선수들이 나를 믿을 수 있도록 100% 이상 모습을 보여줘야 나갈 수 있다. 멈추지 않고, 더 훈련을 잘 해서 더 많이 출전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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