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목적의 재단이 현행 제도를 앞장서 무력화하고, 지방정부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등 전직 대통령의 생애와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는 설립 취지를 무색케 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재단이 비판 받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박정희 동상을 재단이 위치해 있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설치하는 문제를 둘러싼 시민들간 갈등을 조장하거나 방조하고 있다.
재단은 동상을 서울시 소유인 재단 부지 내에 설치할 계획을 밝혔으면서도 막상 관련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현행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해당 부지에 동상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마포구를 거쳐 서울시에 허가신청을 접수 하는 등 정해진 과정을 따라야 한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지난 3일 재단측에 공문을 보내 허가 절차를 안내하기까지 했다.
허가 절차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시민들간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13일에도 동상 기증식을 놓고 찬성측과 반대측간 극렬한 갈등 상황이 재현됐다.
둘째, 재단은 동상 설치를 막무가내로 추진하고 있다. 재단은 서울시에 허가신청서를 접수하지 않은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동상 제작을 이미 완료해 버렸다.
동상이나 기념비 등은 승인권자인 서울시의 허가를 받고 제작에 들어가야 한다. 그동안 모든 조형물들이 그랬다. 심의 전에 이미 실물을 제작한 경우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따라서 심의 이후 부적합 판정을 받고 제작조차 되지 못한 조형물이 많다.
2015년 신해철 기념비, 올해 정일형 박사 흉상 등 최근 3년 사이 6건의 조형물이 서울시 심의 결과 부적합 판적을 받고 사업이 보류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사를 받는 측에서 조형물을 만들어가지고 오면 심사 위원들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박정희 기념재단 만큼은 그런 절차를 무시했다. 누구도 열외 없이 조형물과 관련된 제도에 복종했지만, 박정희 재단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그 결과 태어나서는 안될 박정희 동상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셋째, 재단은 서울시에 '배은망덕'한 행위를 일삼고 있다.
재단은 1999년 5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역사와의 화해' 차원에서 '박정희 기념관' 건립 지원을 약속함에 따라 서울시가 2001년에 무상으로 내 준 부지위에 터를 잡았다.
그해 체결된 서울시와의 협약에 따라 재단은 문제의 부지에 공공도서관, 전시관 등을 짓도록 돼 있었지만, 재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지난 6월 재단 이사장을 면담해 도서관 운영이 어렵다면 마포구청에 기부채납해달라고 촉구하는 일도 있었다.
재단측은 내년 상반기에 증축된 도서관을 개관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약속이 지켜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한편, CBS 노컷뉴스는 재단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재단측 여러 사람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