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정 전 비서관의 선고 공판을 연다.
정 전 비서관은 '장·차관급 인선 관련 검토자료', '대통령 연설문' 등 공무상 비밀문건 180여건을 최순실 씨에게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국회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로도 추가 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국정에 대한 신뢰가 뿌리째 흔들렸다"며 정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다만 "범행을 모두 시인하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문건을 유출한 점은 참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 전 비서관의 선고 결과는 향후 박 전 대통령 선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정 전 비서관을 기소할 당시 공소장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비밀 문건을 유출했다고 적시해 박 전 대통령이 공범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대통령을 더 잘 보좌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공소사실과 관련된 실수가 있었다"며 "대통령의 뜻을 헤아리고 받드는 과정에서 과했던 점은 있을 수 있지만, 특별히 잘못됐거나 부당한 일을 했다고 생각은 안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라와 대통령을 위해서 열심히 일한 것이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했던 최씨의 행동과 연계돼 지금 이 상황까지 오게 됐다"며 최씨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 9월 18일 박 전 대통령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오랫동안 모신 대통령께서 재판을 받는 참담한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검찰과 변호인 측 질문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당초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선고를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내릴 예정이었으나, 박 전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전원 사임하고 '재판 보이콧'을 고수하면서 이날 정 전 비서관만 우선 선고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지난해 11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비서관은 지난 4월 27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돼 구속기한 만료를 3일 앞둔 지난 5월 17일 또다시 구속됐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서 '문고리' 동료인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은 '청와대의 상납 지시'에 대해 일부 시인한 상태다. 남재준·이병호 당시 국정원장 역시 같은 혐의로 전날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박 전 대통령에게 '충심'을 보여줘 왔던 정 전 비서관 역시 국정원으로부터 정기적으로 흘러들어간 상납금의 존재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