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합병 압력' 문형표·홍완선 2심도 징역…"朴지시 인정돼"

박근혜·이재용 재판서 '뇌물죄 성립' 힘 실릴 듯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사진=자료사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2심에서 1심과 같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1심과 달리 2심은 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삼성합병을 찬성하도록 한 점을 범행동기로 인정했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성립에 한층 더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고법 형사10부(이재영 부장판사)는 1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게 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정기업의 합병성사를 위해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 의결권을 행사해 위법‧부당한 영향력 행사로 손해를 초래했다"며 "전문적이고 자율적인 관리‧운용에 대한 국민 신뢰가 실추된 점을 참작하면 엄정하게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다만 "문 전 장관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수습이후 장관직 사퇴를 앞두고 삼성합병의 파급효과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홍 전 본부장도 합병비율 개선을 위해 나름 노력하다 반복된 외압을 견디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이들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2015년 6월 말 박 전 대통령에게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문제를 챙겨보라'는 지시를 받아 행정관에게 파악해보라고 지시했다고 인정한 진술이 주요한 판단 근거다.

또 최 전 수석이 '삼성‧엘리엇‧박근혜‧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등을 적은 업무수첩, 대통령 집무실에서 박 전 대통령과 문 전 장관의 대화내용,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된 경위 등도 주요 증거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문제를 잘 챙겨보라는 지시 후 적어도 인지한 것으로 보이는 문 전 장관에게 범행동기가 없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의 삼성합병 찬성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주주들의 이익이 발생한 반면, 국민연금에 손해가 발생한 점도 인정됐다. 다만 특검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그 액수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의 2심 판결은 삼성합병 문제를 가장 큰 쟁점으로 다투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3차례 단독면담에서 삼성합병 등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최순실씨 등에게 승마특혜 지원 등을 약속한 '뒷거래'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앞서 1심은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의 범행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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