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병원 간호사 "임산부도 땡볕응원 동원…터질게 터져"

- 신입들 섹시댄스 스트레스 심해
- "왜 말 못했나고요? 찍히니까…"
- 행사 너무 많아 의료업무에 지장
- 논란 커지자 PC 포맷, 증거인멸 우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갑질 피해자 OOO 씨

재단 행사에서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강요한 한림대 성심병원. 지금 큰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직장 갑질 119라는 시민단체에 처음 이 제보가 들어왔고 그 이후로 다양한 추가 제보들이 쏟아지고 있답니다. 지금까지는 시민단체 관계자가 이 제보내용을 대신 전해 주는 형태였는데 오늘 저희 뉴스쇼에서는 그 제보자 가운데 한 분이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분의 상생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들어보죠. 성심병원 갑질 피해자세요. 익명으로 연결을 합니다. 신원보호를 위해서 음성변조를 한다는 점 여러분께 양해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나와 계십니까?



◆ ○○○> 네.

◇ 김현정> 간호사이신 거죠?

◆ ○○○> 네.

◇ 김현정> 제가 신원보호를 위해서 몇 년차시라는 건 여쭙지 않겠습니다마는 신입 간호사는 아니세요.

◆ ○○○> 네.

◇ 김현정> 간호사들에게 걸그룹 섹시댄스 같은 선정적인 장기자랑을 시켜서 논란인데 그 장기자랑에 참여하신 적 있습니까?

◆ ○○○> 저는 직접적으로 참여한 적은 없었지만 체육대회에 참여했었기 때문에 그 장기자랑하는 것을 봤었고요. 저희 후배들이 그런 일들을 많이 했었어요.

◇ 김현정> 이게 한 해에 있었던 일이 아니라 매년 이런 일이 행사 때마다 있었던 거예요?

◆ ○○○> 매년 주최되는 일송체육대회 날이었는데 그날에 각종 종목 체육대회뿐만 아니라 장기자랑까지 마지막에 연습을 하게 하는 그런 형태거든요.

◇ 김현정> 장기자랑도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어떻게 섹시댄스를 춰라, 이렇게 됐습니까?

◆ ○○○> 아무래도 각 재단끼리 서로 경쟁을 해서 그걸 또 등수를 매기거든요. 처음에는 그냥 당연하게 위에서 시키니까 했었는데 갈수록 너무 요구하는 게 심해지고. 근무가 끝나고 나서 춤 연습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 두세 시간 동안 또 남아서 밤까지 연습하고 다음 날 또 아침에 새벽에 출근하고. 그렇게 됐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러면 참가하는 신입 간호사들은 상당히 스트레스 받았겠어요. 이런 춤을 내가 이런 옷 입고 춰야 되나?

재단 체육대회에 동원된 간호사들. '장기자랑'이란 명목 아래 원치 않는 옷을 입고 춤을 추고 있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제공)

◆ ○○○> 실제로 제가 아는 후배는 그 일을 떠올리면서 아직도 울면서 얘기하고 자기가 원하지 않은 옷을 입고 선정적이게, 가슴을 막 출렁이면서 그런 춤 같은 것도 많잖아요.

◇ 김현정> 가슴뿐이 아니라 엉덩이 흔드는 춤. 정말 수치스러울 만한 수준이더라고요.

◆ ○○○> 네. 그냥 저희는 한림재단에서 주최하는 체육대회니까 당연하게 생각했고.

◇ 김현정> 당연하게. 그러면 지금 인터뷰하시는 분은 섹시댄스는 동원이 안 됐다고 하셨는데 다른 장기자랑은 참여하신 적, 동원되신 적 있으세요?

◆ ○○○> 제가 임신을 했었는데 임신했을 때 그런 체육대회 응원을 또 나가게 하거든요.

◇ 김현정> 체육대회의 응원이라는 것은 그냥 앉아서 응원하는 거 말고 또 뭐 연습을 해요?

◆ ○○○> 운동장에서 계속 연습을 하거든요, 몇 달 전부터. 줄다리기, 피구 그런 종목들이 있는데 선수들 나가서 응원하라고 하고. 축구하는 거 응원하라고 그러고. 그것도 근무 다 끝나고 임신한 상태에서 그냥 아스팔트 땡볕에 앉아서 응원하다 들어가고 두세 시간 동안.

◇ 김현정> 아니, 축구대회에 나갈 선수들이 연습하는데 그 연습하는 걸 응원하라고 보내요?

◆ ○○○> 연습을 하는 걸 지켜보면서 응원을 하래요. 사기를 북돋게.

◇ 김현정> 사기를 북돋워주기 위해서? 그때 임신 몇 개월이섰어요?

◆ ○○○> 저는 30주 이상이었는데도 그때 거기서 안 나가겠다고 말하기 또 눈치가 보이는 입장이고.

◇ 김현정> 왜 말을 못해요? 이렇게 만삭이니까 안 나가겠습니다, 말씀하시면 되죠.

◆ ○○○> 그렇게 말하면 되는데 그런 걸 말함으로 인해서 나중에 저한테 돌아올 불이익 같은 걸.. 제가 어쨌든 이 일을 계속 할 거니까 어쨌든 수(간호사) 선생님한테 안 좋게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 김현정> 찍히는 거예요?

◆ ○○○> 네, 한마디로 굉장히 그런 입장이에요.

◇ 김현정> 그 땡볕에서 그렇게, 근무를 하고 나서 또 응원을 하고 나면 상태는 괜찮으셨어요?

◆ ○○○> 거의 임신 막달, 두 달 정도 남았을 때였는데, 출산이. 그렇게 힘들게 일하고 일했을 때도 배가 당기고 힘든데 그 뙤약볕에… 그때 8, 9월이었거든요, 응원연습이. 저희가 10월에 항상 체육대회 하거든요.

◇ 김현정> 한여름이었네요.

◆ ○○○> 나가서 그 땡볕에 앉아서 응원하고 집에 가면 배가 진짜 너무 당기고 도무지 쉬어도 나아지지 않고 그랬었어요. 너무 힘들었는데 말 할 수 없으니까 참고 다녔었어요.

◇ 김현정> 참고 하고. 그렇게 강제로 동원되는 게 또 어떤 게 있었습니까?

◆ ○○○> 이런 것뿐만 아니라 한림재단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정말 너무 많고. 어떤 날은 근무하기 전에 미술관에 가서 미술 관람을 하고 근무를 들어가게 하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간호사 힐링 프로그램이라고.

◇ 김현정> 간호사 힐링 프로그램. 미술관 관람하고 오라. 이건 듣기에는 굉장히 좋은 문화 프로그램 같은데.

◆ ○○○> 좋은데 그걸 위에서 수선생님께서 명단을 누구누구 이날 가라 집어주면 가야 되고. 이런 게 너무 많아요, 저희 병원은.

◇ 김현정> 아니, 무슨 힐링 프로그램이라고 그러는데 힐링이 전혀 안 되는데요.

◆ ○○○> 그렇게 프로그램 다 마치고 출근하려고 하면 진짜 정말 죽고 싶어요, 너무 힘들어서.

◇ 김현정> 지금 이걸 모두 하라고 강요했다는 수간호사분이 혹시 모 정치인에게 후원금 강요했다는 그분과 동일인입니까?

◆ ○○○> 아마 저희 병원 수선생님들은 다 그랬을 거예요. 사실상 위에서 그렇게 지시를 했겠지만, 저희 수선생님도 그렇게 얘기를 하긴 하셨었어요.

◇ 김현정> 춘천의 모 정치인, 모 국회의원한테 후원금 다 내라. 이것 강요했다는 그 부분. 지금 이게 한두 건이 터진 게 아닙니다. 이런저런 제보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는데 이제야 세상에 알려지고 논란이 되는 걸 보면서 어떤 생각 드셨어요?

◆ ○○○> 저는 사실 터질 게 터졌다고 생각하고요. 그외적인 일들이 진짜 너무 많고 저희가 심지어 일을 할 때 환자분들한테 실수하게 되는 일이 되게 많아요. 이 환자한테 해 줘야 될 걸 다른 환자한테 해 준다든가, 정말 중요한 주사를 잘못 주게 된다든가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하고 힘드니까. 이거는 정말 악순환인 것 같아요.

◇ 김현정> 터질 게 터졌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집중 근로감독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뭔가 그럼 뭔가 개선이 됐으면 좋겠는데 혹시 바라시는 점 혹은 우려되는 점 어떤 게 있을까요?

◆ ○○○> 저희 병원 전산팀이 있거든요. 전산팀에서 병동에 다 내려와서 컴퓨터 다 포맷하고 IP주소 바꾸고 그랬었나 봐요.

◇ 김현정> 그러니까 뭔가 증거를 지금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다는 얘기군요?

◆ ○○○> 맞아요. 지금 분주하게 위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그동안 시간 외적으로 한 모든 행위에 대해서 정말 제대로 대가를 지불하고 병원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는 이 병원에 계속 남아 있고 싶어서 이런 인터뷰까지 한 거거든요. 병원이 좀 바뀌고 조금이라도 변화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한림대 성심병원 사태. 도대체 어떤 이야기인지 근무하시는 분의 생생한 증언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어려운 인터뷰인데 응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오늘 고맙습니다.

◆ ○○○> 네.

◇ 김현정> 성심병원의 간호사 한 분을 음성변조로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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