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창당 정신으로 규정한 '개혁보수'를 정치 브랜드로 차별화하는 것이 바른정당의 '생존'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교섭 붕괴로 1차 실험이 실패했고, 마지막 기회만 남은 절박한 입장이 됐다.
지난 5월 대선 패배 뒤 6개월만의 재(再)등판인 유 의원 입장에선 일단 안보 이슈에서 여권과 대립하면서도 경제‧사회‧복지‧노동 등의 분야에서 자유한국당보다 '좌(左)클릭'하는 기존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원내교섭 지위의 복원도 시급한 사정이 됐기 때문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 중도 쪽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새로운 전략 마련도 불가피하게 됐다. 당 대표 당선 직후 한국당과 국민의당 양쪽으로 통합을 위한 대화의 창구를 만들겠다고 밝힌 이유다.
유 의원은 당선 소감을 밝히는 과정에서 영화 '위워솔져스(We were soldiers)'에 등장하는 "우리는 죽음의 계곡에 들어간다"는 대사를 소개했다. 이 구절은 전당대회 출마 선언에서 "죽음의 계곡으로 들어가겠다"고 인용한 바 있다.
이어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져 춥고 배고픈 겨울이 시작됐다"며 "우리가 똘똘 뭉쳐 서로의 체온을 나누면서 강철 같은 의지로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면 따뜻한 새봄이 와 있을 것"이라고 당원들을 독려했다.
개혁보수를 내건 당의 정책적 지향으로는 사드 배치, 미군과의 전술 핵 공유, 중(中)부담‧중(中)복지, 혁신성장, 비정규직‧청년‧여성 노동자 차별 시정과 노동시장 유연화의 동시 추진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1~2차 탈당의 여파로 원내 33석에서 20석, 다시 11석으로 의원 수가 줄은 데 이어 3차 탈당을 준비 중인 의원이 2~3명 더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당내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최대한 (당에 남도록) 설득하고 있다. 많이 안정을 찾은 분도 있고, 설득이 더 필요한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내 상황을 정상화하는 데 있어 1차 분수령은 원내대표 합의 추대 문제다. 이날 만찬 회동을 통해 주호영 전 원내대표의 탈당에 따른 후임자 문제를 논의한다.
한때 자강파로 분류됐던 유 의원은 중도-보수 통합 문제에 있어서 기존보다 유연해진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당선 뒤 기자간담회에서 "만약 3당이 중도‧보수 통합, 건전한 보수 세력의 결집, 그런 결집을 위해 같이 논의할 수 없다면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에 대해서도 창구를 만들고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창구를 만들어서 논의를 진행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 의원의 간담회 내용이 알려진 직후 한국당 장제원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당 지도부는 더 이상 바른정당 의원들을 받을 의지가 없음을 피력했다"며 중도‧보수 통합론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