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서 FA로 풀린 외야수 정의윤(31)이다. 2005년 LG에 입단한 정의윤은 프로 데뷔 12년 만에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일단 SK 내부적인 상황을 보면 정의윤이 가치가 절대적이진 않다. 최정과 제이미 로맥 등 거포들도 즐비한 데다 무엇보다 외야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SK는 올해 한동민(28), 김동엽(27) 등 젊은 거포 외야수들이 확실한 가능성을 보였다. 한동민이 103경기에서 29홈런 73타점, 김동엽이 125경기에서 22홈런 70타점을 올렸다. 올해 112경기 15홈런 45타점의 정의윤과 겹치는 선수들이다.
여기에 발빠른 테이블 세터 자원인 노수광(27), 조용호(28) 등도 있다. 정의윤과는 다른 유형의 외야 자원들이다. 가능성이 있는 정진기(25)에 베테랑 김강민(35)까지 SK는 외야수들이 넘친다.
가장 넓은 잠실을 홈으로 쓰던 LG를 벗어나자 부담감을 던 정의윤은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지난해 144경기 전 경기에 나서 타율 3할1푼1리 27홈런 100타점을 올렸다. 역시 LG를 떠나 넥센에서 홈런왕으로 대폭발한 입단 동기 박병호(미네소타)처럼 변신하는 게 아니냐는 호평이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상황이 달라졌다. 재능 있는 젊은 외야 자원들이 SK에 한꺼번에 쏟아졌다. 군 제대한 선수들이 본격적 합류했고, 김동엽도 지난해 적응기를 거쳐 KBO 리그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정의윤은 이런 경쟁에 시즌 초반 부진까지 겹쳐 성적이 지난해만큼 나오지 않았다. 예비 FA로서 진한 아쉬움이 남은 시즌이었다.
FA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의윤보다 젊은 외야 자원들이 대어들로 시장에 나왔다. 최대어로 꼽히는 손아섭(29)과 민병헌(30)에 해외파 김현수(29)까지 합류한 상황이다. 물론 손아섭의 메이저리그(MLB) 진출 여부가 변수로 꼽힌다. 그래도 외야 자원이 필요한 구단들로서는 정의윤에게 엄청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꾸준함의 표본이 적은 까닭이다. 정의윤은 데뷔 이후 풀타임을 온전히 소화한 것이 사실상 지난해뿐이었다. LG에서도 300타수를 넘긴 게 2005년과 2013년, 두 시즌이었다. 2015년과 올해는 100경기 안팎을 소화했다. 지난해와 같은 시즌이 3시즌 이상 됐다면 다를 얘기다. 상대적으로 낮은 출루율도 정의윤에게는 살짝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정의윤은 쓸 만한 자원이다. 거포형 우타자가 상대적으로 귀한 KBO 리그에서는 더욱 그렇다. 출전 기회가 보장된다면 정의윤은 3할 타율과 30홈런, 100타점 정도의 성적을 낼 만한 기량을 갖췄다. 홈 구장이 좁은 팀들로서는 매력적인 카드다.
10년 동안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간신히 떼고 리그 수준급 타자로 도약한 정의윤. 과연 '샌드위치'에 놓인 상황을 극복하고 생애 첫 FA 계약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