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는 여권에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당내 후보자 경쟁과 연관된 시·도위원장 당직자 사퇴시점이 갈등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 120일 전이냐 180일 전이냐…'갈등의 씨앗'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따르면, '시도위원장 선거출마시 사퇴시한 검토'가 심의 안건으로 선정돼 있다.
현행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시·도당위원장이 해당 지방자치단체 장(長)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로부터 120일 전까지 시·도당위원장직을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필요한 규칙 등은 4개월 이전부터 조금씩 만들어지기 때문에 지방조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도당위원장들이 120일보다 더 일찍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대표적으로 추미애 대표도 시·도당위원장의 사퇴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 대표는 지난 9월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도 시.도당의 권한을 '패권적'이라며 중앙당과 시·도당의 권한을 균형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내에서도 지방선거체 출마할 시·도당 위원장들의 사퇴 시점을 선거 4개월 전으로 정한 것은 문제라는 여론이 높다.
기초단체장·의원 후보와 광역의회 의원 후보 공천권을 갖고 있는 시·도당 위원장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출마를 하면 '심판이 옷 갈아 입고 선수로 뛰는 격'이어서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약 7개월 앞으로 다가온 현시점에서 사퇴시한을 6개월로 앞당기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반발도 분명 있다.
민주당 시·도위원장을 맡는 한 의원은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룰 자체를 바꾸는 것은 '타깃 개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만약 지방선거기획단에서 사퇴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권고안을 만들면, 해당 안건은 최고위원회를 거쳐 당무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최고위에서부터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선거를 염두에 둔 시.도당위원장 겸 최고위원들이 많아 사퇴시점을 앞당기는 것과 관련해 부정적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민주당 최고위원으로서 지방선거 출마가 거론되는 사람은 박남춘(인천시당위원장), 박범계(대전시당위원장), 이개호(광주시당위원장), 김우남(제주도당위원장) 최고위원 등이다.
시·도당위원장과 최고위원을 겸하는 한 의원은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많아 당내 경선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면서 "논란이 많을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방선거기획단은 오는 22일 시·도당위원장 사퇴 시점에 대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 2015년 사라진 '전략공천', 2년 만에 부활할듯
2015년 폐기된 지방선거 전략공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는 '전략선거구 선정 관련 검토'도 심의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
해당 안건은 2015년 당시 김상곤 당권재민혁신위원장이 마련한 혁신안에 따라 사라진 전략공천을 부활시키자는 내용으로, 자치구·시·군의 장과 시·도의회의원 선거구의 10% 범위 내에서 전략 선거구를 선정하는 규정을 신설한다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문건에는 '전략공천 미비에 다른 예상 발생 문제'로 "취약(출마기피)지역에 인재(경쟁력)를 영입해 추천하고자 할 경우 규정 미비로 인해 후보자 추천 운영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또 "단수 및 경선후보자 추천만으로 여성 30% 의무추천 규정, 청년후보자 광역 20%, 기초 30% 의무추천 규정, 사무직당직자 지방의원 5명 의무추천 등을 준수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돼 있다.
아울러 "▲선거상황에 따른 전략지역 발생 ▲현저히 경쟁력이 없는 후보자의 신청 ▲해당 시.도당위원장 또는 지역위원장 유고 상황 발생 등으로 인한 사고위원회 판정 등 발생할 수 있는 예상 변수에 따른 대처 방안 마련 필요"하다며 전략공천의 필요성을 상세히 기술했다.
검토안대로 규정이 신설될 경우, 중앙당은 기초단체장 226명과 시도의원 705명 중 93명을 전략공천할 수 있게 된다.
100% 상향식 공천이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측면은 있다. 하지만 전략공천을 되살릴 경우 전략공천지역, 전략공천 후보자 선정 등과 관련해 중앙당, 특히 당대표의 권한 강화 문제로 논란이 확대될 수 있다.
지방선거기획단에 소속된 한 의원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전략공천의 필요성에 대해 어느정도 공감대를 이룬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중앙당의 과도한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전략공천을 폐지했던 혁신안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도당위원장을 맡는 한 의원은 "전략공천까지 부활한다면, 당시 2015년에 만들어진 혁신안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춘석 지방선거기획단장은 "이른 시일 내에 시·도당위원장들과 만나 사퇴 시점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볼 예정"이라며 "여러 의견을 잘 취합해 권고안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략공천과 관련해서는 "혁신안으로 인해 광역단체장을 제외하고는 모든 전략공천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는데, 이런 부분은 어느정도 풀어주는 것이 맞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