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에 출석해 특활비 상납 혐의(뇌물공여 등) 전반을 조사받는다. 검찰은 해마다 수십억 원씩 청와대에 상납된 경위, 박 전 대통령의 상납 지시 여부, 당시 청와대로부터 상납 대가가 제공됐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특히 이 전 원장 시절 월 상납액이 1억원대로 2배 늘어난 정황을 포착한 검찰은 이같은 변화가 발생한 배경 등도 집중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원장은 국정원장을 거쳐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영전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전 원장의 전임자인 남재준 전 원장을 지난 8일, 후임자인 이병호 전 원장을 10일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남 전 원장은 박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매달 5천만 원씩 상납했다는 취지, 이병호 전 원장은 청와대 요구에 따라 정기적으로 상납이 이뤄졌다는 취지로 각각 혐의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후임자가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고, 정기적 상납이 실행됐다는 등 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이 전 원장도 큰 틀에서 같은 취지의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전 원장 조사가 끝나면 박근혜 정권 국정원장 3명 전원의 조사가 끝난다. 이에 앞서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 조사로 특활비 상납을 일부 시인받은 검찰의 다음 수순은 박 전 대통령 조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본인 재판마저 불출석하는 등 수사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직접 소환조사보다는 구치소 방문조사 형식으로 수사가 진행될 공산이 크다. 검찰은 변호인 부재나 건강상 이유 등으로 박 전 대통령이 조사에 불응하는 경우에 대한 대비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